李대통령 “증명하라” 주문에…한동훈 “중수청 아닌 하수청” [투데이 여의도 스케치]

정치는 말이다. 정치인의 신념과 철학, 정당의 지향점은 그들의 말 속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전달된다. 누가, 왜, 어떤 시점에 그런 발언을 했느냐를 두고 시시각각 뉴스가 쏟아진다. 권력자는 말이 갖는 힘을 안다. 대통령, 대선 주자, 여야 대표 등은 메시지 관리에 사활을 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는 인터넷에 올리는 문장의 토씨 하나에도 공을 들인다. 팬덤의 시대, 유력 정치인의 말과 동선을 중심으로 여의도를 톺아보면 권력의 흐름이 포착된다. 그 말이 때론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비수가 되기도 한다. 언론이 집요하게 정치인의 입을 쫓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①李, 김지용 향해 “존재 의의 증명하라”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한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장을 향해 “화이트칼라 범죄나 권력형 부패 범죄, 증권·금융 범죄 등 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 범죄에 대해 네 편 내 편을 가르지 말고 성역 없이 수사력을 총동원해 엄단함으로써 중수청의 존재 의미와 필요성을 국민께 증명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제 중수청이 독립적인 중대범죄 수사 기관으로 새출발하게 된 만큼 새로운 각오와 다짐이 필요해 보인다”며 “검찰 개혁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이 갖고 계신 우려와 불안을 해소하고, 최소한의 사회 질서를 공정하게 유지하는 이 중차대한 업무를 신속 엄정하게 수행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이에 “중수청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검찰 개혁을 완수하고, 국민 권익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행이 아닌 수사기관 수장이 국무회의에 직접 참석한 사례는 흔치 않기에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논란도 제기됐다.

 

김 청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며 “중수청은 어떤 사건을 다루든, 수사 대상이 누구든, 지위와 신분을 가리지 않고 동일한 원칙과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② 李 “존재 증명하라” 주문에…한동훈 “중수청 아닌 하수청”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지용 신임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두고 “중수청의 미래는 ‘특정범죄 하명수사청’, 줄여서 ‘하수청’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 청장에게 “네 편 내 편 가리지 말고 엄단해 존재 의의를 증명하라”고 당부한 것을 비꼰 것이다.

 

한 의원은 “역대 정부가 검찰총장은 물론 경찰청장도 국무회의에 배석시키지 않는 관례를 유지해 온 것은 수사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해서였다”며 “그 관례를 깬 이 대통령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헌법상, 정부조직법상 당연’ 운운하며 중수청장을 국무회의에 배석시키려고 해도 김지용 청장은 그 자리에 안 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명 후 임명에 이르기까지 정권과 민주당이 김 후보자에 대해 ‘너 진짜 우리 편 맞냐’는 ‘십자가 밟기’를 요구해 왔으니 예견된 일이었지만, 그래도 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이로써 이 대통령이 김 청장에게 ‘존재 의의 증명하라’고 말한 진의는 분명해졌다”며 “‘네 편과 내 편을 정확히 가려 하명에 충실하게 수사하라’는 것”이라며 “이재명 정권이 보완수사마저 폐지해가며 대한민국 사회의 정의 시스템을 파괴하며 도달한 곳은 결국 하수청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 연합뉴스

③ 부승찬, ‘소방이 재정 쭉쭉’ 발언 사과…“신중한 언행 보여드리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정감사 도중 논란이 일었던 ‘소방 재정’ 발언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부 의원은 “어제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제 발언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소방공무원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말 한마디에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정치인으로서 신중한 언행을 보여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복을 입었던 사람으로서,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께 마땅한 존중을 다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소방공무원 여러분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그 헌신이 정당하게 존중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 나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부 의원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 논란과 관련, “소방 공무원이 국가직임에도 예산의 90% 정도를 지자체에서 부담하니까 재정을 진짜 쭉쭉 빨아먹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부 의원에게 엄중 경고를 내리고,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발언 경위에 대한 직권조사 명령을 내렸다. 당 차원에서는 소방 재정 문제를 둘러싼 연이은 실언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시·도당위원장과 지역위원장들에게 언행에 주의하라는 공문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