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합법 스포츠토토 판매점과 모바일 앱을 연결해 공식 발권 없이 베팅을 중개하고 당첨금까지 지급한 ‘미발권 거래’ 정황이 드러났다. 판매망을 관리·감독해야 할 사업자 내부 직원이 금품을 받고 판매점 정보를 앱 운영업체에 넘긴 사실까지 확인됐다. 국가 체육진흥기금의 주요 재원인 스포츠토토 사업에서 미발권 거래 의혹과 내부 비위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관리·감독 체계의 허점이 도마에 올랐다.
21일 세계일보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경기 광명갑)을 통해 확보한 한국스포츠레저㈜ 내부자료에 따르면, 회사가 모비딕 이용 추정 판매점으로 분류한 일반 판매점 157곳의 매출 합계는 2023년 하반기 818억5277만원에서 2024년 하반기 395억6530만원으로 1년 새 422억8747만원(51.7%) 감소했다. 한국스포츠레저는 이 자료에서 모비딕을 통한 미발권 거래 규모를 월평균 약 70억원, 연간 약 840억원으로 추산했다. 다만 회사 측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해당 판매점들의 매출 감소액이 모비딕으로 인한 손실액이나 실제 미발권 거래 규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분석 대상 판매점 가운데 모비딕에 연루된 곳이 정확히 몇 곳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모비딕 온라인은 ㈜톡앤통이 2024년 4월2일 출시한 모바일 앱이다. 한국스포츠레저의 2025년 3월 운영현황 자료에는 공식 스포츠토토 판매점 약 150곳이 이용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혀 있다. 같은 해 4월 기준 앱 다운로드 수도 500회를 넘었다. 앱은 이용자가 판매점 코드를 등록한 뒤 베팅 조합과 금액을 전달하면 현장에서 투표권을 발권하는 방식이라고 안내했다.
본지 취재 결과, 일부 판매점에서는 수십만~수백만원대 고액 베팅 가운데 일부 금액만 공식 발매기로 발권하고 나머지는 모비딕을 통해 처리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 정황이 확인됐다. 모비딕 측이 합법 판매점에 공식 발권 때보다 높은 수수료를 제공해 미발권 거래를 유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합법 스포츠토토 판매점이 공식 발권 없이 베팅과 당첨금 지급에 이용된 만큼 거래 경위와 실제 규모를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스포츠레저의 현장조사 자료에는 실제 발권 내역과 일치하지 않는 거래 사례도 담겼다. 강원 원주시의 한 판매점에서는 발권 기록이 없는 베팅 조합에 당첨금이 지급돼 강원경찰청에 수사의뢰가 이뤄졌다. 경기 양평군의 한 판매점에서도 카카오톡 대화와 모비딕 가상 영수증, 계좌 내역 등을 대조한 결과 일부 베팅 조합과 금액이 발권되지 않았는데도 당첨금이 지급된 정황이 포착됐다. 공식 판매점이 아닌 양평군의 한 카페에서도 관련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스포츠레저 관계자는 “원주·양평 사례에서 모비딕과의 연결고리가 확인돼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평 카페는 비대면·미발권 행위가 확인돼 계약서 조항에 따라 계약을 해지했다”며 “수사 결과 관련 판매점의 연루가 확인되면 판매인 계약과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식 발권 기록과 실제 베팅·당첨금 지급 내역이 일치하지 않으면 거래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워 당첨금 지급이나 환급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스포츠토토 발매 수익금 일부는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편입돼 생활체육시설 확충 등 각종 체육진흥사업에 쓰인다. 미발권 거래가 실제로 어느 정도 발생했는지에 따라 공공 재원에 미친 영향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현재까지 실제 피해자 수와 피해액, 환급 분쟁 규모 및 기금 손실액은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관계자는 본보에 “사건이 아직 진행 중이고 수사할 사항도 많이 남아 있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송치 단계에 이르면 말씀드릴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스포츠레저의 내부 법률 검토에서는 앱이 이용자와 판매점을 연결하고 베팅 조합과 금액을 전달해 구매를 중개하는 행위가 국민체육진흥법상 구매 중개·알선 금지 규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실제 발권 없이 앱에 표시된 베팅 조합의 당첨금을 지급하는 행위 역시 같은 법상 유사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는 회사 내부의 법률 검토 의견으로, 개별 거래의 위법성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모비딕 관련 내부 비위는 직원의 금품 수수 사건으로도 확인됐다. 한국스포츠레저 직원 처리현황 자료에 따르면 A 직원은 2023년 3월부터 2025년 5월까지 모비딕 관련 업체의 홍보와 내부자료 제공 등의 대가로 23차례에 걸쳐 1억347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점주 등 관련 정보 6490건을 제공하고 판매점주 12명을 모비딕 측에 연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2026년 7월15일 징역 4년과 벌금 1억3470만원을 구형했고, 1심 법원은 징역 3년과 1억3470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한국스포츠레저 관계자는 “해당 직원은 10월 중순 인사관리위원회를 거쳐 파면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해충돌·부패 방지 규정 정비, 부정 판매행위 신고 포상 기준 상향, 판매점 관리 담당 직원 순환근무, 개인정보 보호 교육 강화 등 재발 방지 대책도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오경 의원은 “스포츠토토 수익금은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편입돼 생활체육시설 확충 등 각종 체육진흥사업에 쓰인다”며 “불법 유사 토토업체가 국가 체육복권 사업에 지장을 주는 가운데 매출 감소 추정치까지 제시된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7월 사업 주체가 공공으로 바뀐 뒤에도 사업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할 한국스포츠레저 직원이 연루된 만큼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