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에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지기능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자원봉사와 스포츠클럽 참여는 여러 국가의 조사에서 일관되게 더 나은 인지기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광둥의대 쑨자훙 박사팀은 21일 국제학술지 ‘역학·지역사회 보건 저널(Journal of Epidemiology & Community Health)’에 발표한 연구에서 세계 24개국의 노화 관련 장기조사 5개 자료를 통합 분석해 이 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미국과 영국, 중국, 멕시코 및 유럽 국가 등 24개국의 조사에 참여한 5만7793명을 대상으로 사회활동 참여 여부와 활동 종류를 살펴보고 인지기능을 평가했다. 참가자들의 연령 중앙값은 조사별로 57∼73세였으며, 추적 관찰 기간 중앙값은 6년이었다.
인지기능은 기억력과 실행기능 검사를 통해 측정했다. 기억력은 단어 10개를 들은 뒤 즉시 기억해 내거나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떠올리는 방식으로 평가했다. 실행기능은 조사에 따라 100에서 7을 연속해서 빼는 계산이나 날짜를 말하는 검사 등을 활용했다.
분석 결과 사회활동에 참여한 사람은 참여하지 않은 사람보다 전반적인 인지기능 점수가 유의하게 높았다. 참여하는 사회활동의 종류가 많을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사회활동을 한 가지 하는 집단보다 두 가지를 하는 집단의 점수가 높았고, 세 가지 이상 참여하는 집단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다.
활동 종류별로는 자원봉사와 스포츠클럽 참여가 5개 조사 모두에서 더 나은 인지기능과 관련이 있었다. 교육·훈련 과정에 참여하거나 아이를 돌보는 활동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인지기능 점수가 더 높아지는 것과 연관성을 보였다.
반면 정치단체나 지역사회 단체, 교회·종교단체 활동은 인지기능 향상과 일관된 관련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사회활동 종류가 세 가지 이상인 사람은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기억력 점수가 해마다 높아지는 정도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활동과 인지기능 사이의 연관성은 남성보다 여성, 60세 이상,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 우울 증상이 없는 사람, 혼자 사는 사람, 정상 체중인 사람과 농촌 거주자 등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사회활동이 인지기능과 관련을 보이는 구체적인 원리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양한 활동에 지속해서 참여하면 뇌에 인지적 자극을 제공해 신경 가소성을 높이고 신경세포 간 연결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의미 있는 사회활동이 심리적 안녕감을 높여 만성 스트레스가 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인 해마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일 가능성도 제시했다.
연구팀은 “사회활동이 노년층의 인지기능 저하를 막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고령화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노년층의 다양한 사회활동 참여를 장려하는 맞춤형 개입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자료를 분석한 연구로, 사회활동이 인지기능 저하를 직접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인지기능이 원래 좋은 사람이 사회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가능성도 있어 인과관계를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