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위생 관념 있나…"질병 겪은 후 오염된 먹이 더 경계"

美 연구팀, 일본원숭이 행동 실험…"병원체 회피 행동, 경험 따라 달라져"

치명적인 감염병 발생을 경험한 원숭이들은 병이 어떻게 전파되는지 알지 못하더라도 오염된 것으로 보이는 먹이를 더 경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질병에 걸린 적이 없는 원숭이도 같은 집단 내 다른 개체들이 병들고 죽는 상황을 겪은 뒤에는 오염된 먹이를 피하는 행동을 보였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 연구팀은 21일 국제학술지 영국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에서 질병 발생을 겪은 일본원숭이 집단과 겪지 않은 집단의 먹이 선택 실험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논문 제1 저자인 스테판 카우프홀트 연구원(박사과정)은 "각 집단에는 고유 역사가 있고 이는 행동에 드러난다"며 "질병 발생을 겪은 경험이 오염된 것으로 보이는 먹이 주변에서 더 신중하게 행동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텍사스주 남부 영장류 보호시설에 사는 일본원숭이들을 4개 집단으로 나눠 먹이 선택 실험을 하고 행동을 관찰했다. 이곳 원숭이들은 1972년 일본에서 텍사스로 옮겨진 원숭이들의 후손으로, 여러 집단이 서로 분리된 공간에서 생활한다.

실험 영상 캡처. Royal Society Open Science, Stephan Kaufhold et al. 제공.

이들 중 3개 집단은 2020년 에이즈와 유사한 면역결핍을 일으킬 수 있는 원숭이 레트로바이러스 2형 감염을 경험했고, 한 집단은 이를 겪지 않았다.

원숭이 레트로바이러스 2형은 주로 물림이나 긁힘을 통해 전파됐으며, 일부 원숭이에게 심각한 질병과 죽음을 초래했다.

연구팀은 원숭이 55마리에게 깨끗한 나무 표면과 오염된 것처럼 보이는 표면에 각각 놓인 먹이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오염된 표면은 실제 원숭이 배설물을 투명한 에폭시 아래 밀봉해 냄새와 감염 위험을 없앴다.

그 결과 질병 발생을 경험한 집단은 오염된 것으로 보이는 표면의 먹이를 실험의 47%에서 선택한 반면 질병 발생을 경험하지 않은 집단에서는 그 비율이 79%였다.

연구팀은 질병 발생을 경험한 집단에서는 실제로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원숭이와 감염되지 않은 원숭이의 행동이 비슷했다며 이는 직접 병에 걸렸는지보다 질병 발생을 겪은 경험이 먹이를 경계하는 행동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흥미로운 점은 이 바이러스가 오염된 먹이로 전파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이 실험은 원숭이들이 무엇이 질병을 일으켰는지 알지 못하더라도 감염을 피하는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어린시절 양육 환경이 달랐던 7종의 마카크원숭이 54마리에 대한 별도의 먹이 선택 실험에서는 인간과 함께 자란 반려동물 출신 원숭이들이 어미에게 양육된 보호시설 출신 원숭이들보다 오염된 먹이를 더 자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우프홀트 연구원은 이 결과에 대해 반려동물 출신 원숭이들은 어린 시절 어미나 다른 원숭이에게서 오염된 먹이에 대한 일반적인 회피 행동을 배울 기회가 적었던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사람은 배설물이나 상한 음식에 거부감을 느끼며 피하는데 이런 행동은 혐오감과도 관련이 있다며 이 연구는 혐오감의 진화를 이해하고, 동물의 회피 행동을 '행동 면역계'라는 관점에서 이해하는 데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장류는 다른 개체의 행동을 보고 배우는 능력이 있는 만큼, 질병 발생을 겪은 집단에서 나타난 경계 행동이 사회적 학습을 통해 퍼지고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며 후속 연구에서는 질병 발생을 경험한 집단에 새로 들어온 원숭이도 이런 행동을 습득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