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에 잇달아 불을 질러 19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이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대체로 시인했다. 그는 특허법인 관계자들에게 겁을 주고 자신이 주장하는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21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전날 밤 진행한 1차 피의자 신문에서 A씨가 범행 사실을 대체로 시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추가 조사를 마친 뒤 현주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주거지 인근에서 플라스틱 말통 2개와 라이터, 인화물질 등을 구입하며 범행을 준비했다. 범행 당일에는 인화물질을 가지고 자택에서 택시를 타고 역삼동으로 이동했다.
A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그들에게 겁을 주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자신이 불을 지른 특허법인 두 곳에서 허위 특허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사기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A씨는 전날 경찰서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에게도 “2000년도에 내가 특허를 냈는데 사기를 쳤다”고 말했다. 다만 A씨가 주장하는 특허 관련 사기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전날 오전 11시54분쯤 역삼동 신명빌딩 3층에 불을 지른 데 이어 낮 12시1분쯤 인근 한양빌딩 4층에도 방화한 혐의를 받는다. 두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모두 19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변리사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된 뒤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후 달아났다가 같은 날 오후 서울 지하철 동묘앞역 인근에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화재 현장에 대한 2차 감식을 진행해 구체적인 발화 경위와 범행 수법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치료비 지원 등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