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헤지펀드 운용사 시타델을 이끄는 켄 그리핀 최고경영자(CEO)가 현재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대해 “거의 확실히 거품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 분석에 AI를 활용하는 금융회사 수장도 기업들이 AI에 지출하는 비용만큼 실질적인 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리핀 CEO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마켓의 미래’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많은 기업이 AI 기술에 얼마를 지출해야 하는지, 이 기술이 경제를 어떻게 바꿀지를 놓고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핀 CEO가 1990년 설립한 시타델은 연기금과 대학기금 등 기관의 자금을 받아 주식·채권·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회사다. 지난 1일 기준 회사가 공시한 운용 투자자본은 770억달러(약 102조원)다. LCH인베스트먼츠 집계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투자자에게 안겨준 누적 순이익을 기준으로 헤지펀드 운용사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시타델 역시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투자 분석가들에게 AI 보조 도구를 제공해 조사 업무를 돕고 있으며, 그리핀 CEO는 지난 6월 골드만삭스 인터뷰에서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AI의 활용 가능성과 기업들이 실제로 얻는 경제적 효과를 구분했다. 그리핀 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이 AI 모델로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 기업마다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앤트로픽과 오픈AI의 청구서를 받아 들고, 지출에 상응하는 생산성 향상을 얻을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AI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앤트로픽이 향후 수년간 컴퓨팅 역량 확보에 최대 7500억달러(약 1000조원)를 지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그리핀 CEO는 투자 거품에 대한 경고와 함께 AI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도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경제의 급격한 변혁은 일반적으로 거품과 얽혀 있다”며 대규모 기술 변화와 투자 거품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AI가 미국에서 수많은 신생 기업의 탄생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닷컴 거품 붕괴 직전 등장했던 비현실적인 사업 모델들을 거론하면서도, 당시 살아남은 기업들은 이후 수십년간 시장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과거 아마존 주식을 매도한 일을 돌아보며 “팔지 말고 버텼어야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