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가야 먹는 '카레통닭', 부산서만 마시는 '팝콘라테'…지역에 꽂힌 유통업계

전국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오뚜기카레가 수원에서만 맛볼 수 있는 통닭으로 변신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팝콘을 활용한 특별한 라테가 등장했고, 서울 해방촌에서는 동네 음식점 30여 곳이 코카콜라와 손잡고 한정 메뉴를 선보였다.

 

오뚜기 제공

유통업계의 지역 마케팅이 달라지고 있다. 지역 특산물로 상품을 만들어 전국에 판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직접 해당 지역을 찾아야 경험할 수 있는 메뉴와 행사를 내세우고 있다.

 

지역(Local)과 경제(Economy)를 결합한 '로코노미' 전략이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19~5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 로코노미 활용 식품 관련 U&A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0%가 지역 특색을 담은 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향후 구매 의향도 83.5%에 달했다. 

 

오뚜기는 수원 통닭거리의 대표 맛집 진미통닭과 협업해 '오뚜기카레 통닭'과 '진짬뽕 통닭'을 선보였다.

 

1981년 문을 연 진미통닭이 식품기업과 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뚜기카레 통닭은 카레 소스를 치킨에 버무렸고, 진짬뽕 통닭은 진짬뽕 특유의 해물향을 소스에 담았다.

 

두 제품은 지난 6월 출시됐으며 오는 12월 31일까지 수원 진미통닭 매장에서 판매된다. 오뚜기는 지역의 대표 음식점과 기존 인기 제품을 결합해 수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를 만든 셈이다. 

 

네스프레소는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스폰서로 참여해 영화의전당 두레광장에 커피 라운지를 운영했다.

 

현장에서는 한정 레시피 커피인 '애플 클라우드'와 '솔티드 팝콘 라테'를 판매했다. 애플 클라우드는 시나몬 애플 크리스프향 커피에 솜사탕을 더했고, 솔티드 팝콘 라테는 영화관을 대표하는 간식인 팝콘을 커피와 결합했다.

 

라운지에는 포토부스와 경품 행사도 마련됐다. 네스프레소는 영화제 관계자를 위한 게스트 라운지와 벡스코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행사장에서도 커피를 제공했다.

 

제품 판매뿐 아니라 영화 관람객이 행사 현장에서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도록 접점을 넓힌 사례다. 

 

코카콜라는 지난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서 열린 '2026 HBC 해방위크'에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해방촌 상인회가 주최하고 지역 마을기획사 풍류회가 주관한 주민 주도형 축제다.

 

코카콜라는 동네 음식점 30여 곳과 협업해 각 매장의 대표 메뉴에 음료를 곁들인 '해방메뉴'를 선보였다. 무료 거리공연인 '코카콜라 스테이지'와 지역 문화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신흥시장 상인들과 시작한 협업의 연장선이다. 코카콜라는 신흥시장 일대 환경을 정비하고 상인들의 삶을 기록한 전시를 개최하는 등 지역과의 협력을 이어왔다.

 

개별 매장이 아닌 골목 상권 전체를 브랜드 마케팅 공간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스타벅스는 제주 지역 매장과 한정 메뉴를 활용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2016년부터 제주 특화 음료를 선보인 스타벅스는 '제주 탄제린 블렌디드', '제주 쑥떡 크림 프라푸치노', '제주 까망 크림 프라푸치노' 등 지역 특색을 담은 음료를 판매해 왔다.

 

실제 판매 성과도 나타났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제주 특화 음료는 출시 이후 10년간 누적 900만 잔이 판매됐다. 지난해 제주 특화 음료와 푸드의 판매량은 동일 상품 기준 전년보다 약 14% 증가했다.

 

제주 매장의 해외 간편결제 금액도 지난해 47% 늘었다. 스타벅스는 제주 지역의 자연경관과 문화를 반영한 매장 디자인, 지역 특화 상품을 통해 관광객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지역 특산물을 전국 유통망으로 연결하는 기존 로코노미 전략도 이어지고 있다.

 

GS25는 지난 8일 경기 여주시와 지역 농산물 가공식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여주 대표 농산물인 '대왕님표 여주꾸마'를 활용한 상품을 개발해 편의점 유통망에 선보이기 위한 협력이다.

 

지역 소비자를 직접 방문하게 만드는 오뚜기·네스프레소의 방식과 달리, 여주 농산물을 전국 소비자에게 알리고 판로를 넓히는 전략이다. 

 

기업들이 지역 협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국에서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원 진미통닭의 한정 메뉴, 부산국제영화제의 특별한 커피, 해방촌 골목 축제처럼 특정 장소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은 소비자가 매장을 찾을 이유가 된다.

 

지역 상권에도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기회다. 지역 음식점은 대기업의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자원을 활용할 수 있고, 기업은 해당 지역이 쌓아온 인지도와 문화적 특성을 자사 제품에 연결할 수 있다.

 

관건은 실제 성과다. 소비자의 높은 구매 의향이나 특정 브랜드의 판매 증가가 지역 상권 전체의 매출 증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협업 기간 방문객이 얼마나 늘었는지, 주변 점포 매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행사 종료 이후에도 효과가 이어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이름을 활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 상인과 기업이 함께 매출을 늘릴 수 있을지가 로코노미 마케팅의 지속성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