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까운 곳의 녹지 수준이 높을수록 치매 발생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녹지 수준과 치매 위험 감소의 연관성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나 주거 환경이 노년기 뇌 건강과 관련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와 카롤린스카 의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20일 발표한 연구에서 집 주변 100m 이내의 녹지 수준이 높을수록 치매 발생 위험이 약 2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스웨덴 노화·돌봄 연구-쿵스홀멘(SNAC-K)에 참여한 60세 이상 성인 2993명을 대상으로 주거지 주변의 녹지 수준과 치매 발생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위성사진과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집 주변 식생 분포를 측정하고, 평균 9.7년 동안 치매 진단 여부를 추적했다.
관찰 기간에 치매 진단을 받은 참가자는 477명으로 전체의 16%였다.
분석 결과 집에서 100m 이내의 녹지 수준이 정규화 식생지수(NDVI) 기준 0.18만큼 높아질 때 치매 발생 위험은 약 21% 낮았다.
NDVI는 위성영상에서 식물의 녹색 잎과 식생이 얼마나 분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번 연구에서는 단순히 주변에 공원이 있는지를 세는 대신 이 지수를 활용해 녹지 수준을 수치화했으며, 치매 진단 전 5년간의 평균 녹지 수준을 분석에 사용했다.
반면 집 주변 범위를 250m나 500m로 넓혀 분석했을 때는 녹지 수준과 치매 발생 위험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주거지에서 가까운 녹지 환경이 치매 위험과 관련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성별 분석에서는 여성에게서 연관성이 더 뚜렷했다. 여성은 녹지 수준이 높을수록 치매 발생 위험이 약 31% 낮은 것과 관련이 있었지만, 남성에게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녹지가 뇌 건강과 관련될 수 있는 경로로 스트레스 완화와 정신건강 개선, 수면의 질 향상 등을 제시했다. 녹지가 산책 등 신체활동과 사회적 교류를 촉진하고, 나무와 식생이 교통 소음이나 대기오염 같은 유해 요인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경로를 직접 검증한 것은 아니며, 녹지가 치매 위험을 낮춘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도 아니다. 연구 대상이 스톡홀름의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도시 주민으로 한정돼 있어 다른 지역과 사회경제적 환경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교신저자인 세실리아 스텐포르스 스톡홀름대 교수는 “자연환경과 녹지는 심리적 회복을 돕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며 “이번 결과는 뇌 건강과 건강한 노화에 주거지 주변 환경이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와 주거 환경을 계획하고 개발할 때 뇌 건강을 고려해야 한다”며 “집 주변의 녹지는 공중보건과 기후변화 적응, 생물다양성을 위한 공동의 자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