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 71% 평가관 겸직… K리그 ‘고무줄 판정’ 도마 위

인천-서울·천안-충북청주 논란 장면은 정심… 유사 사례선 최대 4R 배정정지
심판위원 겸직 평가관 10명, 리그 230회·대회 574회 등 총 804회 배정
배정·아마평가협의체도 위원 71.4% 중복… 제척·회피 별도 규정 없어
논란 판정 사후 교육은 구두 설명… 교육 내용·판정 근거 기록 확인 어려워
김재원 “판정 기준·평가 근거 공개해야… 이해충돌 방지 제도 개선 필요”

대한축구협회(KFA)가 프로축구 K리그에서 페널티킥(PK) 미판정과 비디오판독(VAR) 논란이 제기된 경기들을 서로 다르게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경기는 정심으로 유지한 반면 유사한 판정 문제가 불거진 다른 경기에서는 오심 또는 부적절한 판단을 인정해 심판에게 최대 4라운드의 배정정지를 내렸다. 심판위원회와 평가·배정 협의체 사이의 인적 중복도 확인됐다. 평가 과정의 이해충돌을 통제할 별도 제척·회피 규정은 없었고, 논란 판정에 대한 사후 교육 내용도 제출자료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 김재원 의원실 제공. 배경은 생성형 인공지능(AI) ChatGPT를 활용해 제작한 일러스트.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대한축구협회에서 제출받은 판정평가·심판 조치 및 심판위원회 구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심판위원 14명 중 10명(71.4%)이 리그 심판평가관을 겸직했다. 이들의 평가관 배정 실적은 리그 230회, 대회 574회 등 총 804회로, 전체 평가관 97명의 리그 배정 1177회 가운데 19.5%를 차지했다.

 

배정협의체와 아마추어 심판 평가협의체도 각각 위원 7명 중 5명(71.4%)이 심판위원회 위원을 겸임했다. 심판위원회·평가협의체·배정협의체의 역할이 중첩된 주요 인사 5명은 리그 118회, 대회 300회 등 총 418회를 배정받았다. 이는 심판위원 겸직 평가관 10명의 전체 실적에 포함된다.

 

개인별로는 최수진 부위원장 겸 심판위원장 직무대행이 리그 11회·대회 93회, 김일호 부위원장이 리그 24회·대회 1회 배정됐다. 아마추어 심판 배정 업무를 맡은 지승민 위원은 리그 39회·대회 136회, 프로·아마추어 교육 담당 강창구 위원은 리그 18회·대회 52회, 리그 심판 평가·분석 담당 주경호 위원은 리그 26회·대회 18회 배정 실적을 기록했다. 이들은 평가·배정·교육 관련 업무를 함께 맡았다.

 

2026년 하반기 프로평가협의체 위원 7명 중 3명은 현직 심판위원회 위원이었고, 4명은 같은 해 현장 심판평가관 배정 실적이 있었다. 겸직이나 배정 횟수만으로 부당한 평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장 평가와 최종 심의에 참여하는 인력이 겹치는 만큼 이해충돌 통제 장치가 쟁점이다.

 

◆ 위원장 사임 뒤에도 인적 중복…제척·회피 규정 없어

 

2025년 심판위원회 위원 13명 중 9명(69.2%)은 2026년에도 위원회에 남았다. 문진희 전 심판위원장은 7월30일 협회 청문회에서 심판위원회와 배정협의체의 인적 중복, 특정 평가관·강사의 반복 배정 등 이른바 ‘셀프 배정’ 의혹이 제기된 뒤 8월3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후 최수진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으며, 최 부위원장도 배정협의체 참여와 평가관·강사 업무 중첩 문제로 지적받았다.

 

의원실에 따르면 협회는 프로 심판 평가협의체 위원의 이해충돌 방지 및 제척·회피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적인 공정성 의무 등이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라, 평가·심의·배정 업무가 겹칠 때 특정 안건에서 배제하거나 스스로 회피하도록 하는 명시적 절차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의미다.

 

현재 심판평가는 현장 평가관의 보고서 작성, 주요 판정 영상 분석, 프로평가협의체의 최종 평가 확정 순으로 이뤄진다. 협회 정관 제53조와 심판규정 제8조·제30조 등에 관련 업무의 근거가 마련돼 있지만, 이해충돌 여부와 제척·회피 판단을 기록하는 절차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 김재원 의원실 제공

◆ 정심과 오심 엇갈린 PK·VAR 판정…최대 4라운드 배정정지

 

올해 2월28일 K리그1 인천-서울전에서는 전반 38분45초 페널티지역 내 장면에서 PK가 선언되지 않아 VAR이 온필드리뷰(OFR)를 권고했어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협회는 정심으로 판단해 주심과 VAR 심판에게 배정정지를 내리지 않았다.

 

반면 지난해 4월12일 K리그1 포항-안양전에서는 전반 32분03초 PK 미판정과 VAR의 OFR 미권고를 오심으로 인정해 주심과 VAR 심판에게 각각 3라운드 배정정지를 적용했다. 올해 8월1일 K리그2 충북청주-수원전에서도 페널티지역 내 불법적인 팔 사용과 PK 미판정이 부적절했다고 판단해 두 심판에게 각각 3라운드 배정정지를 내렸다.

 

OFR 이후 원심을 유지한 경기에서도 평가 결과가 달랐다. 올해 4월12일 K리그2 천안-충북청주전에서는 전반 22분59초 PK·퇴장 관련 장면이 논란이 됐지만 정심으로 처리돼 주심 배정정지가 없었다. 반면 올해 3월21일 K리그1 대전-전북전에서는 후반 20분04초 핸드볼 미판정과 OFR 이후 원심 유지가 부적절했다고 판단해 주심에게 3라운드 배정정지를 적용했다. 지난해 6월17일 K리그1 서울-강원전에서도 후반 32분48초 페널티지역 내 홀딩에 PK가 필요했다고 인정해 주심에게 4라운드 배정정지를 내렸다.

 

협회 자체 평가 기준에 따르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주요 판정 오류(KMI 오심) 1건은 7.4점으로 평가되며, 주·부심 평점이 7.4점이면 3라운드 배정정지와 교육이 적용된다. 경기별 상황과 평가 조건이 완전히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심과 오심·부적절 판정을 가른 근거와 평가점수, 징계 기준을 일관되게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정심 유지 경기 사후 교육…구체적 설명은 확인 불가

 

인천-서울전과 천안-충북청주전은 사후 판정교육이 이뤄졌지만, 교육에서 어떤 설명이 제시됐는지는 제출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 의원실은 두 경기의 판정이 이후 교육에서 오심 취지로 설명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협회는 교육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재심의나 평가점수 정정은 없었다고 답했다.

 

협회 담당자는 별도 교육자료 없이 경기영상을 활용해 구두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기존 정심 판단과 다른 설명이 제시됐는지, 평가 결과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의원실에는 K리그2 심판 대상 온라인 교육에서 프레젠테이션 자료(PPT)와 경기영상을 활용했다는 제보도 접수됐다. 다만 원본 자료에는 교육 녹화 확인 예정이라고 적혀 있어 실제 내용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현재 자료만으로 교육에서 오심이라는 설명이 나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심판평가 결과는 경기 배정정지뿐 아니라 향후 승강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육 내용과 평가 근거를 기록하고, 두 판단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재검토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김재원 의원은 “심판 평가점수는 경기 배정정지와 승강급, 나아가 심판의 생계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유사한 PK·VAR 판정에서 정심과 오심 판단이 달랐다면 그 기준과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전 심판위원장 사임 이후에도 평가·배정 관련 인적 중복이 이어지고,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별도 제척·회피 규정도 없는 상황”이라며 “판정평가와 사후 교육의 일관성을 검증하고 판단 근거와 변경 이력을 기록·관리하는 한편, 평가·배정 권한의 중첩을 개선해 심판계 카르텔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