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내던 이자가 갑자기 수십만 원씩 늘어난다”
2021년 초저금리 막차를 타고 내 집을 마련했던 차주들에게 ‘청구서’가 날아들기 시작한다. 5년 동안 금리를 묶어뒀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 유예 기간이 올 4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종료되면서다. 연 2% 중후반에 머물던 대출금리가 4%대 초중반의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이른바 ‘금리 리셋’이 본격화되면서, 장기 상승세를 이어온 서울 아파트 시장에도 2027년을 전후해 거센 하방 압력이 덮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5년 고정 후 변동 전환’ 구조… 올 4분기부터 금리 재산정 본격화
2021년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고정금리 대출 취급 비중 확대를 추진했다. 당시 국내 금융시장의 장기 채권 조달 여건과 차주의 금리 부담 등을 고려해 만기 전체가 고정되는 상품 대신 ‘5년 고정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5년 혼합형 상품이 주력으로 공급됐다.
당시 연 2% 중후반대로 취급된 혼합형 대출은 올 4분기부터 5년 만기가 도래하며 현행 시중 변동금리(연 4%대 초중반) 체계로 전환된다. 가산 금리 폭은 통상 1.5~2.0%포인트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 8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차주의 상환 부담을 거쳐 연체율 상승이나 매물 출회 등 시장 지표로 전이되기까지 통상 15개월 안팎의 시차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출 금리 재산정에 따른 실질적 영향은 2027년 상반기부터 시장에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연 “금리 영향력 60.7%… 공급 요인은 8.5%”
시장 일각에서는 서울의 입주 물량 감소를 근거로 가격 상승세 유지를 전망하지만, 국책 연구기관의 장기 실증분석은 통화정책 변수의 영향력을 더 높게 평가한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발표한 ‘주택시장과 통화(금융)정책의 영향관계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0년간(2011~2021년) 주택가격 변동 기여율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60.7%를 차지했다. 반면 정부의 ‘주택 공급’ 요인 기여율은 8.5%에 그쳤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전체 주택 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연간 1% 미만인 반면, 조달 금리는 시장 내 부채 보유 차주 전반의 현금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하방 요인 혼재… 2027년 수급·거시경제 변수 충돌
향후 주택시장은 상·하방 요인이 교차하는 구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상방 요인으로는 공급 축소와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꼽힌다.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7년 2만 3000가구, 2028년 1만 5000가구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며,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2028년 약 4만 5000가구)가 맞물려 전세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주요 제조업 대기업의 실적에 따른 성과급 유입도 국지적 매수 여력을 지탱하는 변수다.
반면 하방 압력으로는 누적된 고금리 부담과 인구 구조 변화가 지목된다. 5년 혼합형 대출의 변동금리 전환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가중과 더불어, 1974년생을 비롯한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주 직장 은퇴 연령(통계청 기준 평균 53~55세) 진입이 2028년을 전후해 본격화된다. 주된 경제활동 인구의 은퇴는 신규 주택 확장 수요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2021년 전후 공급된 혼합형 대출의 변동금리 전환이 시작되면서 차주의 원리금 부담 변화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신규 입주 물량 감소라는 공급 요인과 금리 재산정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이 맞물리는 2027년 이후가 주택시장의 흐름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