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율관세를 적용해 농산물 수입을 허용하면서도 수입업체의 이익 일부를 환수하는 제도는 허술하게 운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수입이익금 부과 대상을 극히 제한적으로 관리한 데다, 부과 대상 품목에서도 징수 실적이 전혀 없는 사례가 확인됐다. 저가 수입 농산물로부터 국내 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주무부처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농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3년간 저율관세할당(TRQ) 대상 농산물 63개 품목의 수입액은 약 4조3000억원(32억3380만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정부가 거둬들인 수입이익금은 2244억원으로 수입액의 5.2% 수준에 그쳤다.
TRQ는 일정 물량의 농산물에 일반 관세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해 수입을 허용하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내외 가격 차익의 일부를 수입이익금으로 거둬 농산물가격안정기금 등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저렴한 수입 농산물이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다.
문제는 수입이익금 환수 제도가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TRQ 대상 농산물은 63개 품목이지만 관련 시행규칙이 수입이익금 부과 대상으로 정한 품목은 고추·마늘·양파·생강·참깨·참기름·오렌지·감귤류·천연꿀 등 9개뿐이다. 나머지 상당수 품목은 수입이익금 부과 대상에서 빠져 있다.
부과 대상에 포함된 품목도 징수 실적이 제각각이었다. 고추와 감귤류는 2023년부터 올해 6월까지 TRQ 수입액이 각각 약 367억원, 158억원에 달했지만 수입이익금 부과 실적은 전무했다. 생강과 천연꿀은 2023년에만 수입이익금이 부과됐으며, 양파는 지난해에만 약 58억원이 부과됐다.
부과대상품목이 아닌 미곡의 경우 2023년 이후 수입액은 1조5246억원(11억3187만달러)에 달했고 같은해 201억2800만원이 부과되기도 했지만, 2024년 이후 현재까지 수입이익금은 부과되지 않았다. 품목별로 징수 실적이 크게 달라 수입이익금 부과 기준과 관리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자체에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규정은 일부 품목에 대해 수입 농산물의 국내 판매수입에서 각종 비용을 공제한 금액뿐 아니라 수입업자가 선정 당시 납입 의사를 표시한 금액을 수입이익금 산정 기준으로 인정한다. 수입업자의 납입 의사에 따라 환수 금액이 결정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수입액 대비 수입이익금 비율이 낮다는 사실만으로 미환수 차익의 규모가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가격 차익과 부과 대상별 산정 기준 등을 따져봐야 한다. 그럼에도 법령상 부과가 가능한 품목에서조차 징수 실적이 없는 이유를 농식품부가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의원은 “수입이익금은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시장 개방으로 피해를 입는 국내 농업인을 보호하고, 농안기금을 통한 농산물 가격 지지 사업 등을 펼치기 위한 핵심 수입원”이라며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TRQ 수입물량은 대폭 확대하면서 정작 저가 수입에 따른 국내 농가 타격을 완화할 공적 환수 장치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체 63개 TRQ 품목 중 대두, 참깨 등 약 5~8개 정도 품목을 제외하면 수입업자가 수입 마진을 100% 독식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정부는 현행 농안법 시행규칙상 한정된 부과 품목을 개선하고, 기존 지정 품목에 대해서도 유통 차익을 철저히 산정·환수하는 엄격한 사후관리 체계 마련 등을 통해 TRQ 수입으로 벼랑 끝에 몰린 국내 농가의 피해 보전과 소득안전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