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마켓’ 구단은 인구·경제 규모가 작은 도시를 연고로 둔 프로스포츠팀을 일컫는 말이다. 시장이 작으니 수입도 적어 ‘빅마켓’ 구단보다 예산이 작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고액 연봉 선수보다 유망주 육성에 주력하고 효율적 운영에 의존한다. 이런 고민 속에 탄생한 것이 ‘머니볼’이기도 하다. 중상위권 이상의 성적만 내줘도 성공한 운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2026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스몰마켓’ 구단들의 반란이 일어났다. 내셔널리그(NL)의 밀워키 브루어스와 아메리칸리그(AL)의 탬파베이 레이스 두 스몰마켓 구단이 나란히 월드시리즈(7전4승제)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밀워키와 탬파베이가 24일 오전 9시(한국시간) 밀워키 홈구장 아메리칸패밀리필드에서 열리는 1차전을 시작으로 월드시리즈 열전에 돌입한다.
눈에 띄는 것은 밀워키와 탬파베이 두 구단 모두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다는 점이다. 밀워키는 1982년이 유일한 월드시리즈 진출이었고, 탬파베이는 2008년과 2020년 두 차례 월드시리즈에 나갔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그래서 이번에 누가 이기건 구단 첫 우승이라는 역사를 쓰게 된다. 밀워키는 1969년 창단 이후 58년 만에, 탬파베이는 1998년 창단 이래 29년 만에 첫 정상 등극을 기대하고 있다. 첫 우승을 노리는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 것은 1980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캔자스시티 로열스 대결 이후 46년 만이다.
당장 관심은 1차전 선발 맞대결에 쏠린다. 1차전에서는 밀워키 제이컵 미저로우스키와 탬파베이 드루 라스무센의 격돌이 예상된다. 역대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인 미저로우스키는 올 시즌 16승5패,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했다. 174이닝에서 MLB 최다인 252개의 삼진을 잡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는 시속 104.8마일(약 168.7㎞)을 찍어 구속 추적이 시작된 2008년 이후 가을야구 최고 구속까지 새로 썼다. 이에 맞서는 라스무센은 172이닝을 던지며, 16승5패와 평균자책점 2.67 탈삼진 174개로 역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다만 가을의 안정감에서는 라스무센이 앞선다. 라스무센은 이번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21이닝을 책임지며 2승,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했다. 반면 미저로우스키는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 합계 8.1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하면서 평균자책점 3.24에 머물렀다. 밀워키로서는 에이스가 압도적인 구위로 얼마나 긴 이닝을 버티느냐가 중요하다. 탬파베이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두 차례나 7이닝 이상 소화한 라스무센이 이번에도 활약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벤치의 수싸움도 우승의 향방을 가를 변수다. 팻 머피 밀워키 감독에게는 강력한 구원진이 있다. 밀워키 불펜은 이번 포스트시즌 40.2이닝 동안 6자책점만 내줬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기동력과 상황에 따른 공격작전을 구상하고 있다. 캐시 감독은 월드시리즈 진출 뒤 필요하면 번트를 대며 유리한 매치업을 찾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판도를 가늠하면 정규시즌 성적과 불펜의 위력, 홈 이점을 갖춘 밀워키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라스무센을 앞세운 탬파베이가 원정 초반 주도권을 잡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결국 관건은 누가 기선제압을 할 것인가다. 적은 돈으로 많은 승리를 사 온 두 팀이 이제 가장 값진 4승을 얻기 위해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