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폭력 사태로 변질된 프랑스 시위가 내년 4월 대통령 선거에 나선 극우성향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기가 떨어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행정부가 시위 대응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사이 차기 지도자의 안정감을 부각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르펜 후보가 시위의 원인을 이민자와 극좌 세력 탓으로 돌리며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우려 섞인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은 예측 베팅 사이트 ‘칼시’에서 르펜 후보의 차기 프랑스 대통령 당선 확률이 시위 이전 39%에서 이날 기준 53%로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칼시는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를 받는 예측 시장 거래소다.
마크롱 행정부에서 초대 총리를 지낸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15%), 다비드 리스나르 칸 시장(11%) 등이 뒤를 이었다. 리스나르 시장의 당선 확률은 지난달 26일 44.7%까지 올랐다가 시위 이후 급락했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장 뤼크 멜랑숑 대표는 8%다.
극좌 성향 세력이 이번 폭력 시위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극좌 성향 세력 ‘블랙 블록(Black Bloc)’을 주목했다. 블랙 블록은 무정부주의, 반자본주의 등 극좌 이념 성향을 가진 세력으로, 수십년간 프랑스 시위 현장에 출몰해 왔다. 주로 검은 복장을 하고 시위 현장에서 경찰과 충돌하는 등 공격적 모습을 보이며, 조직 구조 없이 즉흥적으로 모였다 흩어지는 게 특징이다. 17일 파리 시위에서도 공식 행진이 시작하기 몇 시간 전부터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검은 옷차림을 한 무리가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방벽을 세웠다. FT는 “이들에게는 폭력 행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사람이 약 5000명 있다”는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리모주 시청에 불을 낸 혐의로 체포된 남성 피의자도 극좌 운동과 연계됐으며, 잠재적 위협 인물로서 감시 대상에 올라 있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들에 대한 혐의가 짙어질수록 르펜 후보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블랙 블록을 포함한 극좌 극단주의 단체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에 러시아와 이란 등이 개입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영국 더타임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이번 시위로 드러난 사회적 분열을 이용해 서방측을 적대하는 국가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일부 전문가의 주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