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무회의에 참석한 게 공소청장 직무대행인가, 검찰총장 직무대행인가?”
국무회의가 열린 화요일, 데스크로부터 기사 마감 직전 다급한 확인 요청을 받았다.
이달 2일부터 시행된 공소청법 제6조는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법률상 공식 명칭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라고 답했다. “국무회의는 각 부처 수장들이 오는 것인데 뭔가 좀 이상하지 않으냐”는 데스크의 반문과 함께 대화가 마무리됐다.
정말 이상하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처럼, 공소청의 장을 법률상 공소청장이라 부르지 못한다. 공소청법에는 검찰총장이라는 단어가 28번 등장한다. 정작 공소청장이라는 단어는 아예 없다. 공소청 초대 수장을 뽑기 위한 후보추천위원회의 공식 명칭도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다.
이 혼란은 검찰청 폐지로 생긴 법률과 현실의 간극에서 비롯됐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만으로는 부족했는지 법률과 간판, 맨홀 뚜껑까지 샅샅이 뒤져 ‘검찰’이라는 이름을 모두 파냈지만, 헌법에 명시된 검찰총장 직위마저 지울 수는 없었다.
기관 명칭에서도 의문은 이어진다. 기존 대검찰청은 공소청으로, 고등검찰청은 광역공소청으로 바뀌었다. 광역(廣域)은 ‘넓은 지역’ 또는 ‘넓은 범위’라는 뜻이다. 일상 언어의 직관으로는 광역공소청이 공소청보다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기관처럼 들린다. 그러나 법률상으로는 공소청의 하위 기관이다. 한 중견 법조인은 “법의 세계에서 용어, 언어, 개념보다 중요한 게 없는데, 모든 용어를 필요에 따라 왜곡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간판을 바꾸는 일은 쉽다. 어려운 건 간판 뒤의 시스템이다. 삼권분립론으로 잘 알려진 몽테스키외는 ‘페르시아인의 편지’에서 법 개정을 “어떤 새로운 변화 뒤에 반드시 뒤따라오게끔 돼 있는 혼란 속에 국민들을 내던져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률에는 오직 떨리는 손으로만 손을 대야 한다”고 했다. 법률의 개정은 신중을 거듭해야 하며, 개정이 부득이한 경우에는 수많은 절차와 예방조치가 필요하다는 경고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 개혁은 민주당의 깃발이고 상징”이라고 말해왔다. 깃발은 높이 들리고 제도는 시행됐지만 새로운 시스템의 인력과 장비, 전산망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고 있다.
개혁의 방향을 두고 다투자는 것이 아니다. 80년 가까이 쌓인 체계를 바꾸면서 6개월을 준비하는 것이 맞느냐는 물음이다. 중대범죄수사청법과 공소청법의 시행일을 10월 2일로 못 박으면서 법안의 국회 통과부터 시행까지 준비기간은 고작 반년이었다. 그 결과 중수청 인력은 정원의 66% 수준에 그치고, 수사 장비도 미비하다. 주요 수사정보가 담긴 ‘인지통보’는 일반 공무원이 행정용으로 쓰는 전자결재시스템으로 받고 있다. 보완수사를 둘러싼 수사기관 간 혼선으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수사 공백이 생길 우려는 더 커졌다. 떨려야 할 입법자들의 손은 떨리지 않고, 피해자들만 불안에 떨고 있다.
전리품을 챙겨든 입법자들의 관심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해 있다. 최근 중수청장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수사 능력이 아닌 내 편인지 네 편인지를 시험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생중계됐다. 수사기관 수장은 출석하지 않던 국무회의에 나가 대통령 발언을 받아 적는 김지용 중수청장의 모습은, 과연 검찰 개혁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법률과 현실이 다른 나라에서 국민은 문도 닫지 않은 열차의 지붕 위에 매달려 있다. 열차가 흔들리면 가장 먼저 떨어지는 사람은 힘없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