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도 4년 전 경고한 방화 참사, 재범 방지망 허점 메워야

화마의 흔적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화재가 발생한 서울 역삼동 신명빌딩 앞에서 21일 한 시민이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2026.10.21 saba@yna.co.kr/2026-10-21 13:01:49/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특허법인이 입주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에 그제 70대 남성이 잇따라 불을 질러 변리사 등 19명이 다쳤다. 해외 상표 등록 과정에서 종이 등록증을 받지 못한 데 불만을 품고 저지른 범행이라고 한다. 미국과 브라질에선 온라인 등록증만 발급되는데도 특허법인 2곳이 사기를 쳐 자신의 상표를 가로챘다고 의심했다는 것이다. 사적 원한을 무차별 폭력으로 표출해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범죄가 또 일어났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충격적인 것은 범인이 2022년에도 같은 특허법인 두 곳을 찾아가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위협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재판부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을 지적했는데도 참사를 막지 못했다. 형 집행과 출소 이후 관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동일한 피해자들을 겨냥한 재범 위험을 왜 막지 못했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개인적 불만이나 원한에서 비롯된 방화 참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7월 경북 경산에선 70대가 갈등을 빚던 관리사무소에 불을 질러 자신을 포함해 5명이 숨졌다. 지난해 5월엔 이혼소송 패소에 앙심을 품은 60대가 운행 중인 지하철에 방화했다. 하나같이 엄벌로 다스려야 할 반사회적 범죄들이다. 이는 큰 피해를 일으켜 세간의 이목을 끌어야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비뚤어진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역삼동 빌딩 방화 범인도 “그들(변리사)에게 겁을 주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비상식적 분노 범죄가 잇따르는 것은 상식과 규범, 법질서 등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안전장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범죄를 막으려면 문제 해결의 출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치닫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의 고충을 듣고 법적 분쟁을 해결할 상담·중재 창구부터 확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재범 위험자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할 때다. 방화·흉기 위협 전력이 있는 재소자가 출소할 경우 지속적인 위험 평가와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도록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경찰·공소청·교정·보호관찰기관 간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반복적인 협박이나 접근 등 위험 징후가 포착되면 즉각 대응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