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전격전’

인류 역사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정복한 몽골제국의 군대는 기동력 역시 최고를 자랑했다. 몽골군은 병사 한 명당 두세 마리의 말을 번갈아 타며 하루에 100km가 넘는 거리를 달렸다. 말 위에서 말 젖과 육포(보르츠)로 끼니를 해결하며 압도적인 속도로 진격, 적이 미처 방어선을 구축하기 전에 승리하곤 했다. 근대 유럽을 뒤흔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군대를 독립적인 작전이 가능한 군단(Corps)으로 쪼개고 보급 마차를 최소화해 상대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행군하도록 했다. 이렇게 각 군단을 각기 다른 경로로 빠르게 이동시킨 뒤 한 지점에서 집결해 적을 격파했다. 포병 장교 출신인 그는 심지어 전투력은 군대 이동 속도의 제곱과 비례한다고 다음과 같이 공식화하기도 했다. ‘군대 전투력(K)=1/2×병사 수(M)×기동 속도(V)의 제곱’.

이처럼 전투 부대의 속도와 기동력은 전쟁의 승패를 가른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전격전(Blitzkrieg)’은 제1차 세계대전의 비극이었던 참호전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2차대전 초기 독일군이 선보인 혁신적인 기동 전술이다. 항공기의 공중 지원과 기갑부대의 강력한 돌파, 보병의 신속한 후속 기동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적의 방어선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지휘 계통을 마비시켜 승리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 독일은 1939년 폴란드 침공을 시작으로 1940년 최고 수준의 육군을 보유한 프랑스를 불과 6주 만에 굴복시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영화 ‘덩케르크’는 바로 독일의 전격전에 밀려 해안에 고립된 연합군의 구출을 그린 작품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제 “현재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관성 있는 시장 관리 정책과 대규모 주택 공급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주택 공급의 ‘전격전’을 지시했다. 택지 조성부터 각종 인허가·착공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주택 공급 절차 전반에서 속도를 내라는 주문이었다. 전격전은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고 자원 고갈을 최소화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하거나 상대방 영토가 너무 넓으면 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의 전격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