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물었다. 기후부가 해상풍력 발전단가를 현재 ㎾h당 330원 수준에서 2030년 250원까지 낮추겠다고 보고한 직후였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해상풍력이 3GW(기가와트)에서 5GW를 넘어가는 시점이면 발전단가가 200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며 “해상풍력이 여러 분야에 갖는 산업적 기여도도 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 발전을 위해 좀 비싸더라도 투자하자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약 3개월 후 정부가 낸 2026년 상반기 해상풍력 고정가 경쟁입찰 공고에서 입찰 상한가가 이전보다 3% 이상 떨어졌다. 2022년 첫 입찰 이후 가장 큰 인하 폭이었다. 개발사가 전기를 팔아 벌 수 있는 최대 매출액 한도가 그만큼 깎인 것이다. 이 대통령의 언급이 정부의 상한가 책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21일 “상한가가 한동안 고정돼 있었는데 대통령이 가격 얘기를 한 것”이라며 “기후부가 대통령 언급 때문에 가격을 무리하게 낮추려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 대통령의 질문과 정부의 입찰 상한가 인하, 이에 대한 업계의 우려는 우리나라 해상풍력 정책이 맞닥뜨리고 있는 보급 확대·비용 하락·공급망 육성이라는 3대 목표 사이 ‘트릴레마’(3중 딜레마)를 드러낸다.
◆업계 “깎아도 1원까지만”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2026년 하반기 2.2GW 안팎 규모 해상풍력 고정가 경쟁입찰을 공고할 예정인 가운데 최근 개발사·공급망 업체 측이 입찰 상한가 동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상한가를 무리하게 낮추면 사업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데다 가격 인하 압력이 기자재 기업에 이전돼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리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해상풍력 경쟁입찰 상한가를 상반기(고정식 ㎾h당 171.229원)보다 낮게 책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부 관계자는 “그간에도 상한가는 계속 인하했다. 과거 상한가를 올렸던 건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때문이었다”며 “공급망이 안정화됐기 때문에 이제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첫 입찰이 있었던 2022년 상한가는 ㎾h당 169.500원이었고, 2023년은 이보다 1.02%(1.722원) 낮춘 ㎾h당 167.778원이 제시됐다. 그러다 2024년 ㎾h당 176.565원으로 5.24%(8.787원) 올랐고 지난해는 동결됐다가 올 상반기에 3.02%(5.336원) 떨어졌다.
풍력업계는 공개적으로 인상가 ‘동결’을 촉구하는 중이다.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은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 해상풍력은 정말 비싼가’ 토론회에서 “철강 후판, 구리 가격,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금리까지 하나같이 안 오른 것이 없다”며 하반기 상한가를 동결하거나 인하하더라도 ‘㎾h당 1원’ 이내로 묶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00㎿(메가와트) 규모 기준 총 사업비가 2022년 8700억원에서 올해 9월 기준 9850억원까지 올랐다는 추정치도 내놨다.
◆2대 1 경쟁률의 역설
정부는 상한가 인하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상한가가 너무 낮아서 사업성이 없다면 개발사들이 응찰하지 않을 텐데 올 상반기만 해도 입찰 경쟁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상반기 입찰에는 총 9개 사업(3656㎿)이 응찰했고 이 중 5개 사업(1786㎿)이 최종 선정돼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경쟁률이 2대 1을 넘었다.
개발사들은 이 같은 경쟁률이 ‘높은 사업성’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올해 입찰이 낙찰가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반영해 최종 정산 단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가 폐지되기 때문에 신규 사업자에 대한 REC 발급이 중단된다. 정부는 REC 가중치 대신에 ‘우대가격’이란 이름으로 일종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그 산정 방식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올해 입찰에 들어가는 건 6∼8년 단지를 개발하면서 발생한 매몰비용 때문”이라며 “정부가 우대가격을 얼마나 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일단 이번에 들어가는 게 낫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개발사 관계자는 “입찰 경쟁률은 경쟁률이고 업황이 좋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낙찰받은 사업도 PF를 하려면 공급망 업체와 본계약을 먼저 맺어야 하는데 그 가격도 못 맞추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공급망 업체 관계자도 “최근 입찰 상한가 하락 추세와 더불어 가격 인하 압력이 더 심해진 건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 낙찰된 사업 중 개발사가 포기하는 사례도 나왔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인 에퀴노르가 울산 연안 약 70㎞ 해상에 추진했던 750㎿ 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반딧불이’ 사업은 2024년 12월 국내 첫 부유식 입찰에 선정됐지만 올해 5월 사업이 취소됐다.
개발사 관계자는 “에퀴노르의 사업 철수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최근 2년 사이 경제 거시 지표가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금리도, 기자재 가격도, 운송 비용도 많이 올랐다”고 했다.
정부는 에퀴노르의 철수는 사업성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에퀴노르의 사업 포기 사유에 대해 “선정 이후 사업자의 리스크 감수 역량과 자본투자 여력 위축, 공급의무자와의 계약협의 실패”라고 설명했다. 사업 자체 문제가 아니라 에퀴노르의 아시아 시장 철수 흐름과 맞물린 경영상 판단이라는 것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업계의 상한가 동결 요구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가격 인하를 미루면 미룰수록 국민 부담이 커진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가 해상풍력 사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입찰 상한가를 둘러싼 이견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범석 제주대 전기에너지공학과 교수(해상풍력발전위원회 민간위원장)는 “우리 해상풍력 시장은 축적된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객관적 근거를 갖고 상한가의 적정성을 논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해상풍력 3대 목표 중 정책 우선순위가 ‘보급 확대’에 찍힐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일단 보급이 있어야 공급망 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다”며 “시장 확대가 선행돼야 비용 절감 또한 따라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