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중대범죄수사청장·공소청장의 국무회의 배석 논란에 정면 대응한 것은 새 형사사법체계에서 수사·기소기관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체계와 떨어진 ‘특수기관’으로 두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개별 사건에 대한 수사·기소의 독립성은 보장하되 행정부 조직인 만큼 대통령의 지휘·감독과 민주적 통제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이다. 검찰청 폐지 이후 수사 권한이 커진 경찰에도 책임성과 통제를 강화하라고 주문하면서 새 체계 안착을 위한 고강도 혁신도 요구했다.
◆李 “수사기관 특별대우 바로잡아”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만 ‘중수청장·공소청장·경찰청장 국무회의 배석 논란’ 관련 엑스(X) 글을 3차례 연달아 올리며 배석에 아무런 법적·행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글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가 정부조직법을 근거로 소속청 역시 중앙행정기관이며 대통령의 지휘·명령 계통에 속한다고 답한 내용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기관을 행정부의 통제 밖에 있는 별도 권력처럼 보는 인식 자체도 문제 삼았다.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를 통해 한 기관에 집중됐던 권한을 나눈 데 이어 새로 만들어진 수사·기소기관도 책임과 통제의 틀 안에 두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수사기관을 특수기관 취급하며 특별 대우하는 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라며 “행정 권한의 악용이나 남용을 막는 것이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민주적 통제와 개별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구분했다. 국무회의 배석을 통해 정부의 정책 방향은 공유하되 대통령이 구체적인 수사·기소 판단에 관여하는 것은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검사는 대통령에게 충성할 필요도 없고, 또 그렇게 만들 필요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며 “검사나 수사관들의 정치화를 막고 다시는 국가기관들이 사익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수사기관 사이의 거리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둘러싼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야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법적으로 배석이 가능하다는 것과 수사기관장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정례적으로 참석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정 방향 공유가 인사·조직 등 기관 운영 차원을 넘어 개별 사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 중단을 요구했다.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바람직한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회의 내용은 주무 장관을 통해 전달하면 되니 수사기관장이 굳이 배석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대통령이 수사지휘, 기소지휘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李 “커진 경찰권 책임도 강화”
이 대통령은 검찰청 폐지 이후 수사 권한이 크게 늘어난 경찰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했다. 제81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경찰의 권한이 어느 때보다 막중해진 만큼 책임도 더 커졌다는 사실을 꼭 명심해야 한다”며 “커진 수사 권한에 걸맞은 민주적 통제와 책임성을 확립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외부의 부당한 간섭은 막되 수사 과정과 결과는 엄격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역량과 현장 대응에 대한 불안도 직접 거론했다. 인천 흉기난동과 제주 스토킹 피해자 살해 사건 등이 잇따른 상황에서 관계성 범죄와 무차별 범죄에 대해서는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 신뢰는 말로만 회복할 수 없다”며 “잘못된 관행과 제도는 과감하게 바로잡는 개혁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고도 당부했다.기관 간 역할 분담과 수사 공백 차단도 경찰개혁의 과제로 제시했다.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경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보완할지, 중수청과 공소청 사이 사건 이첩과 협업을 어떻게 정착시킬지가 새 체계의 실무 과제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공소청·중수청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보완수사권 부재로 인한 공백이나 국민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빈틈없이 취해달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