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발전기 터빈 커지자 국산 비중 15%P 줄었다 [심층기획-韓 해상풍력 ‘트릴레마’]

대형 터빈, 보급속도·단가 절감 효과
핵심부품 대부분 수입제품에 의존
국내 공급망 활용률은 떨어져 역풍

해상풍력 터빈이 커질수록 국내 공급망 활용률이 15%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급 속도를 높이고 단가를 낮추려 대형 터빈을 쓰면 국산 비중이 줄어드는 ‘트릴레마’(3중 딜레마)가 정부 자료로 처음 확인됐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낙찰된 해상풍력 사업 가운데 10㎿급 터빈 사업의 국내 공급망 활용률은 87%, 15㎿급 터빈 사업은 71∼72%로 나타났다. 10㎿급은 두산에너빌리티 터빈을 쓰기로 한 굴업도(250㎿)·금오도(160㎿) 사업이다. 15㎿급은 해송3(504㎿)·한빛(340㎿)·해울이2(532㎿) 사업이다. 국내 공급망 활용률은 사업비 중 국내 조달한 기자재·서비스 비중이다.

 

해상풍력 터빈이 커질수록 국내 공급망 활용률이 15%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후부 관계자는 이 격차에 대해 “터빈 부품 때문”이라며 “(15㎿급은) 터빈 공급망이 거의 제로(0)”라고 설명했다. 해송3·해울이2는 유럽 지멘스가메사의 14㎿ 터빈을 두산에너빌리티 국내 공장에서 조립한다. 한빛은 독일 벤시스의 13.6㎿ 터빈을 유니슨이 라이선스 방식으로 생산한다. 이들 모두 국내에서 만든다고 해도 핵심 부품은 거의 수입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보급 확대·비용 하락·공급망 육성 3개 목표를 함께 내걸었지만, 세 목표 중 일부를 좇으면 나머지가 희생되는 구조다. 보급을 늘리고 단가를 낮추려면 대형 터빈이 필요하지만, 대형 터빈을 쓰면 국산 공급망 활용이 줄어드는 트릴레마인 셈이다.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로 올리려면 해상풍력 공급량을 10년 내 60배 이상 늘려야 한다.

실제 낙찰 물량은 대형 터빈에 쏠렸다. 상반기 입찰(1786㎿)만 봐도 15㎿급 사업이 77%(1376㎿)를 차지했다. 단가를 낮추는 데도 대형 터빈이 유리하다.

김범석 제주대 전기에너지공학과 교수(해상풍력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는 “15㎿급 기술이 없다고 포기하고 국산 10㎿급 터빈에만 의존하면 비용이 낮아지는 속도가 그만큼 더뎌질 것”이라며 “당분간 국내 업체들이 기술 이전을 통해 (15㎿급 터빈을) 생산하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