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부족하면 피로가 쌓이고 집중력과 기분 조절이 어려워져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숙면을 위해서는 수면 환경과 습관은 물론 잠들기 전 먹는 음식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숙면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의 영양 성분과 실제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다.
◆ 키위 2개 먹은 성인,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 줄어
미국 수면 전문가 마이클 브레우스 박사는 키위를 숙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과일로 소개했다. 그는 “키위는 뇌에서 세로토닌 생성을 촉진한다”며 세로토닌이 잠들기 전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2011년 국제학술지 ‘Asia Pacific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키위를 먹은 참가자들의 수면 지표가 개선됐다. 대만 타이베이의대 연구진은 수면 문제가 있는 성인 24명에게 4주 동안 잠들기 1시간 전 키위 2개를 먹게 했다. 연구 전후를 비교한 결과 주관적으로 평가한 수면의 질이 나아졌고 잠든 뒤 깨어 있던 시간은 28.9%,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35.4% 줄었다.
숙면을 위해 키위를 간식으로 1~2개 정도 먹을 수 있지만, 키위는 산성 식품이므로 속쓰림이나 위산 역류가 있다면 취침 전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 땅콩버터·호박씨에 든 트립토판
땅콩버터와 호박씨에는 필수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들어 있다. 트립토판은 기분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의 재료가 되며 세로토닌은 밤이 되면 수면·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멜라토닌으로 바뀐다.
미국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수드 박사는 “땅콩버터는 주로 다이어트에만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숙면에도 좋은 효과를 내는 음식”이라며 잠들기 전이나 자다가 깼을 때 한 숟가락 먹는 방법을 추천했다. 또 땅콩버터의 불포화지방은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땅콩버터는 열량이 높아 한 번에 한 큰술(약 10~15g) 정도만 먹는 게 좋다. 제품을 고를 때는 당류와 나트륨 함량을 확인한다. 끈적한 땅콩버터가 치아에 달라붙기 쉬워 먹은 뒤에는 양치해야 한다.
호박씨에 함유된 마그네슘은 신경을 안정시키고 근육을 이완해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호박씨를 껍질째 먹으면 식이섬유도 섭취할 수 있지만,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속이 불편할 수 있어 처음에는 조금씩 먹어보는 것이 좋다.
◆ 식이섬유 풍부한 베리류·아몬드·아보카도
식이섬유가 든 식품을 먹으면 깊은 잠을 자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콜럼비아대 연구진은 정상 체중 성인 26명을 대상으로 식사와 수면의 관계를 조사했다. 참가자들은 나흘간 열량과 영양소 비율을 통제한 식단을 먹은 뒤 다섯째 날에는 자유롭게 식사했다.
참가자들은 통제 식단을 먹은 날보다 자유롭게 식사한 날 밤 깊은 수면 시간이 짧고,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었다. 자유식 날 식이섬유를 많이 먹은 참가자는 깊은 수면 시간이 길었고 포화지방 섭취가 많을수록 깊은 수면 시간은 짧았다. 당류 섭취가 많을 때는 밤중 각성이 늘어나는 경향도 보였다.
베리류·아몬드·아보카도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대표 식품이다. 미국 성인 2만9217명의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 딸기·블루베리·라즈베리·블랙베리 등을 먹은 사람은 먹지 않은 사람보다 하루 7시간 미만으로 잘 가능성이 10~17% 낮았다.
마그네슘과 불포화지방을 함유한 아몬드도 수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꼽힌다. 인도에서 수면의 질이 낮다고 평가된 성인 175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5개월 동안 한 그룹은 매일 아몬드 60g(약 50알)을 먹었고 대조군은 열량이 비슷한 다른 간식을 먹었다. 그 결과 아몬드 섭취군은 대조군보다 주관적으로 평가한 수면 효율이 높고 잠드는 시간이 짧아지는 등 일부 수면 지표가 개선됐다.
아보카도에는 단일불포화지방과 칼륨, 엽산도 들어 있다. 미국 복부비만 성인 969명이 참여한 연구에서 한 그룹은 26주 동안 매일 아보카도 한 개를 먹고, 다른 그룹은 평소 식단을 유지했다. 연구진이 미국심장협회의 심혈관 건강 지표를 적용해 평가한 결과, 아보카도 섭취군의 수면 건강 점수가 대조군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 우유·아스파라거스도 수면 개선에 도움
우유에도 트립토판이 들어 있다. 셀추크대·KTO 카라타이대 연구진은 튀르키예 불면증 환자 21명을 우유 섭취군·바나나 섭취군·대조군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우유 섭취군은 6주 동안 잠자리에 들 때 전지우유 200mL를 마셨고, 연구진은 섭취 전후 수면 지표를 비교했다. 우유·바나나 섭취군은 연구 전보다 수면의 질 점수가 개선됐고, 우유 섭취군은 수면다원검사에서 측정한 총 수면시간도 늘었다.
아스파라거스 추출물과 수면의 관계를 분석한 논문이 올해 국제학술지 ‘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실렸다. 연구진은 성인 503명이 참여한 연구 16건을 검토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아스파라거스 제품을 먹은 뒤 원하는 시간보다 일찍 깨는 증상과 악몽을 꾸는 빈도가 줄었다. 수면장애가 있는 참가자에게 아스파라거스 분말을 먹인 연구에서는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고 총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이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