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위험’ 경고한 LIG D&A…뇌물 혐의에 입찰 2년 제한 [박수찬의 軍]

‘윤리 위반 0건’ 공시의 역설
스스로 경고한 입찰 제한 직면
방사청 뇌물 혐의, 내부 감시는?

글로벌 시장에서 잇따라 수주 성과를 거두며 급속하게 성장해온 K방산이 뜻하지 않은 암초에 직면했다.

지난 1월 카타르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DIMDEX 2026’에 설치된 LIG D&A 부스. LIG D&A 제공

유럽과 중동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수출을 확대하고 외형을 키웠지만, 뇌물 사건에 따른 입찰 제한으로 K방산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방산과 방위사업청의 내실을 강화하고, 신뢰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자정 기능 없었나

 

방위사업청은 20일 방위사업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무기개발 입찰 과정에서 방위사업청 직원에게 수억 원대 뇌물을 건넨 LIG D&A에 2년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제제 처분을 심의·의결했다.

 

방위사업청은 이번 심의에서 뇌물 제공과 더불어 LIG D&A와 방위사업청의 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한 원가 산정 행위도 함께 검토했다.

 

앞서 방위사업청 소속 A사무관은 무기개발 입찰 과정에서 LIG D&A 등 방산업체 임직원들로부터 4억6000만원대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최근 구속 기소됐다.

지난 2024년 9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 ‘ADAS 2024’에 설치된 LIG D&A 부스에 유도무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수원지검에 따르면 A사무관은 2021년부터 2025년 말까지 사업비 합계 915억 원 규모 6개 방위사업의 제안서 평가에 참여하며 현금 3억여 원과 하청 용역계약 추천권을 받았다.

 

돈은 허위 용역 계약과 가짜 자문료, 친인척 업체, 차명 계좌를 거쳐 전달됐다.

 

LIG D&A 측은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소 사실만을 근거로 제재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파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사안은 그동안 누적됐던 K방산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008년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폐지되면서 K방산은 국내 사업에서 고강도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북한 군사적 위협 고도화와 방위산업 진흥 정책이 맞물리면서 방위사업청과 산하 연구기관이 집행하는 예산은 매년 급증했다.

지난 2024년 9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 ‘ADAS 2024’에 설치된 LIG D&A 부스에 미사일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체계개발 및 양산 사업은 물론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진흥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등이 발주하는 연구개발 사업도 늘어났다.

 

수출이 확대되고 있으나 국내 방산업체 다수는 여전히 내수 의존도가 높다. 

 

LIG D&A도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내수 매출 비중은 2024년 76.4%, 지난해 80.1%에 달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방예산이 크게 늘어나면, 이를 둘러싼 경쟁도 커질 수밖에 없다. 수주를 위해 비정상적 방식을 시도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문제는 방산업체들이 반부패 제도와 윤리 시스템을 갖췄지만, 실질적인 자정 기능 작동 여부는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LIG D&A는 지난 2024년 6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지난 5월 루마니아 방산전시회 BSDA 2026에 마련된 LIG D&A 전시 부스. LIG D&A 제공

보고서에 따르면, 협력회사·영업대리인 등에 윤리준법 실사와 실천서약 등을 실시하고, 내부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이사회가 연 2회 반부패 활동을 포함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운영실적을 검토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 부패·뇌물수수에 대해선 ‘위반 건수 없음’으로, 국제투명성기구의 국방 분야 반부패지수 E·F 등급에 해당하는 국가에서의 수익은 ‘기밀성 제약’이라고 언급했다.

 

LIG D&A가 윤리 위반 건수가 없다고 밝힌 기간은 2021~2023년. 수원지검이 지목한 뇌물 사건 기간(2021~2025년)과 겹친다. 당시 LIG D&A가 내부적으로 이를 걸러내지 못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LIG D&A가 지난 7월에 공개한 세번째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윤리준법경영을 위해 내부 규정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3년간 부패나 부정거래, 불공정경쟁 사례는 없었다고도 설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터졌고, 방위사업청의 고강도 재제로 이어졌다.

 

윤리 위반 건수가 없다고 밝혔던 2024년 6월의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개 시점부터 지금까지 LIG D&A는 신익현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LIG D&A 판교하우스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LIG D&A가 19일 준법감사실 신설 등의 개선책을 발표했으나, 과거에 있었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개선책이 제대로 실행될 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사안의 성격은 다르지만 지난 6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사고 당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던 것처럼 LIG D&A도 구본상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K방산이 부패방지경영시스템(ISO 37001) 인증을 비롯한 글로벌 규제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ISO 37001은 2016년 10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마련한 것으로서 부패 방지를 위해 각국 기업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았다.

 

규모와 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조직에서 반부패경영시스템 적용이 가능하도록 기획·설계되어 있다.

 

부패로 인해 발생할 경영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고, 올바른 반부패 문화의 확산에 따라 조직 구성원 모두가 기업의 부패를 모니터링함으로써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진다.

지난 2025년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IDEX 2025’에 마련된 LIG D&A 부스. LIG D&A 제공

K방산이 폴란드·스페인·미국 등 반부패 이슈에 예민한 선진국 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정·윤리·반부패 경영 시스템 정비를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위사업청도 재정비 필요

 

방위사업청은 이번 사건에 대해 LIG D&A에 고강도 제재를 했다. 방산비리를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다만 뇌물 혐의라는 것은 뇌물을 제공한 사람과 받은 사람이 함께 있어야 성립된다는 점에서, 방위사업청도 동일한 잣대로 내부 시스템을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무를 집행하고 대가를 받는 것은 공공 조직에 치명적 타격을 입힌다.

 

미 해군을 뒤흔들었던 레너드 프랜시스 사건이 대표적이다.

방위사업청이 정부과천청사로 이전했을 2017년 1월 당시 관계자들이 현판을 걸고 축하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프랜시스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선박 정비 회사인 글렌 디펜스 마린 아시아(GDMA)를 운영하며 아시아 전역의 항구에 기항하는 미 해군 함정에 식량과 물, 연료를 20년 이상 공급했다.

 

프랜시스는 고베 소고기, 값비싼 시가, 콘서트 티켓, 태국에서 필리핀에 이르는 호화 호텔에서의 파티 등으로 해군 장교들을 10년간 유혹했다.

 

해군 장교들은 프랜시스가 선박 보급품에 대해 과도한 대금을 청구하거나 허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모른척 했다.

 

그들은 해군범죄수사국 수사 정보와 경쟁사 입찰 가격 정보 등을 넘겼고, GDMA에 이익이 되는 항구로 군함을 우회하도록 했다.

 

그 결과 34명이 기소됐고, 현역 제독이 처음으로 연방범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미 해군은 상당 기간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K방산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과 중동 등지에서 잇따라 수주 성과를 거두며 외형적인 성장을 거뒀다.

장병들이 신궁 지대공미사일로 가상 표적을 조준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윤리 문제 등이 불거지면, 산업적 성과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윤리준법경영에서 리스크가 발생하면, 그 후폭풍이 어떠한 지는 대부분의 기업이 알고 있다.

 

LIG D&A도 지난 7월 공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2025년도 중요이슈로 ‘윤리준법경영 미준수에 따른 부정행위 발생 및 법적 평판 위험 요인 확대’를 지목하고, ‘부정행위 발생 시 국내외 국방사업 참여 배제로 인한 신뢰하락으로 매출 기반 약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뇌물 사건으로 고강도 제재에 직면한 LIG D&A가 예전에 스스로 예상했듯, 윤리·준법 문제는 산업계와 공공조직의 신뢰하락을 초래한다.

 

그럼에도 일부 업계나 공공조직에선 이같은 리스크를 알고도 일탈을 한다. 그 폐해는 동종업계 전반에 미친다.

 

K방산을 둘러싼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공정한 사업 수행과 신뢰할 수 있는 경영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