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이 1년 전보다 15% 넘게 올라 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이 내림세로 돌아선 사이 노원·도봉·강북구 등이 속한 동북권이 오름세를 이끌었지만, 거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다시 시작된 5월 이후 줄어드는 흐름이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이 공표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72%,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50%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021년 11월(17.92%) 이후 가장 높다.
이 지수는 8월 1∼31일 체결된 매매계약 가운데 계약일로부터 30일 안에 신고가 끝난 실거래 자료 전부를 분석해 산출한다.
생활권역별로는 동남권(-0.29%)을 뺀 모든 권역이 올랐다. 동북권이 1.54%로 가장 높았고 도심권이 1.06%로 뒤를 이었다. 서북권은 0.40%, 서남권은 0.29% 올랐다.
올해 1월과 비교하면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8.3% 올랐다. 동북권(11.5%)과 서남권(8.4%) 등 외곽의 오름폭이 컸다. 규모별로는 모든 면적대가 올랐고, 중대형(85㎡ 초과 135㎡ 이하)이 전월보다 1.32%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서울의 오름세는 전국과 견주면 더 도드라진다. 한 달 앞선 7월 지수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1년 새 14.56% 올라 같은 기간 전국(5.38%)과 수도권(9.09%)을 크게 웃돌았다. 전국 상승률의 2.7배다. 서울 지수는 2021년 10월 찍은 직전 정점도 이미 넘어섰다.
◆ 강남권만 내린 까닭은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지수가 내린 것은 넉 달 만이다. 동남권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둔 3, 4월 두 달 연속 내렸다가 5월부터 오름세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고가 아파트에 쏠린 세금·대출 부담을 원인으로 꼽는다.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 중심에서 거주 중심으로 바꾸고, 그동안 한도 없이 적용되던 공제액에 상한을 두기로 했다. 양도세 개편은 1년 유예를 거쳐 2028년부터 적용된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시가 25억원을 넘는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2억원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강남 3구와 용산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은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매수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라며 “한강벨트에서도 강남 3구로 갈아타려는 가격 조정 매물이 나오지만 대출 제약으로 매수 수요 유입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 매수세는 왜 ‘15억원 이하’로 몰렸나
매수세는 외곽 중저가 아파트로 몰렸다.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가운데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78.1%였다. 5월 72.3%에서 8월 79.5%까지 커졌다가 조금 줄었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가 332건으로 거래가 가장 많았다. 노원구 거래의 99.7%가 15억원 이하였고, 도봉·강북·금천구는 거래 전부가 15억원 이하였다.
15억원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갈리는 첫 문턱이다. 10·15 대책에 따라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는 시가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차등 적용된다.
서울시는 15억원 이하 비중이 4, 5월 고가주택의 절세 거래가 늘며 잠시 줄었다가 이후 중저가 실수요가 들어오며 8월까지 커졌다고 분석했다. 9월에는 대부분 자치구의 거래가 줄어든 반면 강남·서초구는 소폭 늘면서 비중이 다소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남 연구원은 “성북·동대문·강서·서대문구 등은 대출 부담으로 거래가 둔화했지만 매매와 전·월세 매물이 부족해 매도 호가가 쉽게 내려가지 않고 있다”며 “가격 상승과 대출 부담으로 해당 지역에서도 집을 구하기 어려워진 실수요자가 서울 외곽이나 인접 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가격 강세가 주변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값은 오르는데 거래는 왜 줄었나
거래는 뒷걸음질하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923건으로 전월(3578건)보다 18.3% 줄었다. 올해 거래가 가장 많았던 5월(8987건)의 3분의 1 수준이다. 10·15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돼 거래가 급감했던 지난해 11월의 3000건대에도 못 미친다.
서울시는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다시 시작된 뒤 거래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세 차례 미뤄 온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예정대로 5월 9일 끝냈다. 대신 5월 9일까지 계약한 주택은 강남·서초·송파·용산구는 계약일로부터 4개월, 그 밖의 조정대상지역은 6개월 안에 팔면 중과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9월 거래량은 확정치가 아니다. 부동산 거래 신고기한이 계약일로부터 30일이어서 9월 계약분 신고는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 서울시는 거래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 전셋값도 16개월째 올랐다
한편 전셋값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30% 올라 16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11.31% 높다.
권역별로는 서남권(1.30%)과 서북권(0.17%)이 올랐고 도심권(-0.35%)·동북권(-0.10%)·동남권(-0.08%)은 내렸다. 규모별로는 대형(135㎡ 초과)이 2.41%로 가장 많이 올랐고, 중대형(85㎡ 초과 135㎡ 이하)이 1.50%로 뒤를 이었다.
전월세 거래도 줄었다. 9월 전세 거래량은 6454건으로 전월(7862건)보다 17.9%, 월세 거래량은 7750건으로 전월(8279건)보다 6.4%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전세는 46.9%, 월세는 19.8% 줄었다.
서울시는 “10월 말까지의 신고기한을 고려하더라도 전년 대비 감소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9월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은 54.6%로, 전세와 월세가 5대 5 수준이던 7, 8월보다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