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옮긴 청년들의 평균 연소득이 5년 뒤 4800만원을 넘어, 수도권에서 계속 살아온 청년들까지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 전에는 지방에 남은 청년들보다도 덜 벌었지만, 옮긴 직후 소득이 빠르게 늘면서 두 집단을 모두 따라잡았다.
22일 국가데이터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청년 인구이동에 따른 소득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주한 뒤 계속 거주한 청년들의 2023년 평균 연소득은 4820만원이었다. 국가데이터연구원은 국가데이터처 소속 연구기관으로, 옛 국가통계연구원이 지난해 말 이름을 바꿨다.
2017∼2023년 수도권에서 계속 거주한 청년들의 2023년 평균소득은 4694만원, 비수도권에서 계속 거주한 청년들은 4329만원이었다. 수도권으로 옮긴 청년들이 수도권에 계속 산 청년보다 126만원(2.7%), 지방에 남은 청년보다 491만원(11.3%) 더 번 것이다.
연구진은 2017∼2023년 해마다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수도권 이주 전후 소득 변화를 추적했다. 2018·2019·2020년 수도권으로 옮긴 집단을 각각 나누고, 수도권이나 비수도권에서 계속 거주한 청년들과 견줬다. 2017년 이후 처음 일을 시작한 청년은 분석에서 뺐다.
◆ 이사 전엔 가장 적게 벌었는데…
2018년 수도권으로 옮긴 청년들은 처음엔 비교 대상 가운데 소득이 가장 낮았다. 이주 전인 2017년 평균소득은 2166만원으로, 수도권에 계속 산 청년(2679만원)보다 513만원(19.1%), 지방에 계속 산 청년(2633만원)보다 467만원(17.7%) 적었다.
하지만 수도권으로 옮긴 2018년 평균소득이 2738만원으로 한 해 새 26.4% 뛰었다. 이듬해인 2019년에도 3296만원으로 20.4% 늘었다. 같은 두 해 지방에 남은 청년들의 소득증가율은 12.1%, 8.9%였다.
그 결과 2019년엔 지방에 남은 청년들의 평균소득(3214만원)을 넘어섰고, 2021년엔 4026만원으로 수도권에 계속 산 청년들(4005만원)마저 앞질렀다.
2023년 평균소득은 이주 전보다 2654만원, 무려 122.5% 늘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에 계속 산 청년은 75.2%, 지방에 계속 산 청년은 6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 언제 옮겼든 처음 한두 해에 뛰었다
2019년과 2020년 수도권으로 옮긴 청년들에게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2019년 이주 청년의 평균소득은 이주 전인 2018년 2517만원에서 2019년 2998만원으로 19.1% 늘었고, 이듬해 3519만원으로 17.4% 더 늘었다. 2023년엔 4716만원으로 수도권에 계속 산 청년보다 22만원(0.5%), 지방에 계속 산 청년보다 387만원(8.9%) 많았다.
2020년 이주 청년은 2019년 2825만원에서 2020년 3238만원(14.6%), 2021년 3844만원(18.7%)으로 올랐다. 2023년 평균소득은 4650만원으로 수도권에 계속 산 청년보다는 44만원(0.9%) 적었지만, 지방에 계속 산 청년보다는 321만원(7.4%) 많았다.
연구진은 전입 시기가 달라도 수도권으로 옮긴 청년들의 소득이 이주 초기 1, 2년 동안 빠르게 늘고, 이후엔 증가율이 점차 수도권에 계속 산 청년들과 비슷해진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에도 차이는 이어졌다. 2019년 이주 청년의 2020년 소득증가율은 17.4%로, 수도권에 계속 산 청년(7.0%)보다 10.4%포인트, 지방에 계속 산 청년(6.0%)보다 11.4%포인트 높았다.
◆ 남성은 앞질렀고, 여성은 못 미쳤다
남녀를 나눠 보면 결과가 갈렸다. 2018년 수도권으로 옮긴 남성의 2023년 평균소득은 5496만원으로, 수도권에 계속 산 남성(5374만원)보다 122만원(2.3%) 많았다.
반면 같은 해 옮긴 여성의 평균소득은 3804만원이었다. 지방에 계속 산 여성(3345만원)보다 459만원(13.7%) 많았지만, 수도권에 계속 산 여성(3836만원)보다는 32만원(0.8%) 적었다.
2019년과 2020년 이주 집단에서도 남성은 2023년 평균소득이 수도권에 계속 산 남성을 웃돌았다. 여성은 지방에 계속 산 여성보다는 많았지만, 수도권에 계속 산 여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 지방엔 ‘좋은 일자리’가 적다
연구진은 이런 흐름의 배경으로 일자리를 꼽았다. 보고서는 “비수도권 청년 중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소득 향상을 경험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역 간 일자리 격차는 다른 국가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보고서가 함께 살펴본 2023년 기업생멸행정통계에서 광주·전남(서남권)의 대기업 종사자는 12만명으로 수도권의 3.4% 수준에 그쳤다. 충청권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은 대기업 종사자의 60% 안팎이 남성 비중이 높은 제조업에 몰려 있어, 지방에선 여성이 갈 대기업 일자리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2024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에서도 비수도권 여성 청년은 고용률이 낮았고, 취업자 가운데 임시·일용직 비중은 높았다.
이 같은 격차 속에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몰렸다. 2017년과 2023년 모두 소득이 있던 청년을 기준으로 이 기간 수도권에는 22만5000명이 순유입됐다. 반면 부산·울산·경남은 9만5000명, 대구·경북은 6만3000명이 순유출됐다.
연구진은 지방에서도 청년들이 소득 증가를 기대할 수 있도록 일자리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청년층의 이동을 단순히 억제하기보다는, 비수도권에서도 청년이 소득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노동시장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분석만으로 수도권 이주가 소득 증가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학력이나 직종, 이직 여부 등 소득에 영향을 주는 다른 조건까지 같게 맞춰 비교한 결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해마다 소득이 있던 청년만 대상으로 해, 중간에 일을 그만두고 소득이 끊긴 청년 등의 사정은 반영되지 않았다. 보고서도 소득이 있는 인구만 분석한 한계가 있다며 교육·산업·직종 등 행정자료를 더 연계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소득이 늘어난 만큼 생활 여건까지 나아졌는지는 따로 따져 볼 대목이다. 보고서는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 ‘통계플러스’ 2024년 가을호 분석을 인용해, 수도권으로 옮긴 청년이 지방에 남은 청년보다 경제적 수준은 나아졌지만 장시간 근로와 높은 주거비로 인한 부채, 좁은 1인당 주거면적, 긴 통근시간 등으로 삶의 만족도는 낮아지는 이중적 결과가 나타났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