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했다. 7·8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를 점검하며 한 박자 쉬어가기를 택했다. 다만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와 높은 경제 성장률, 늘어난 소득·세수로 인한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을 고려하면 한은이 내달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데는 7·8월 선제적 금리 인상의 효과를 점검할 필요성 때문으로 보인다. 8월 금통위 당시 신현송 한은 총재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선제적 인상’임을 강조했다. 이달 1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신 총재는 연속 인상 효과에 대해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한다”며 “통화정책 기조를 금리를 올리는 방향으로 다른 주요국보다 조금 일찍 잡았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묶었지만 이번 결정은 ‘매파적 동결’로 해석된다. 물가·성장·집값 등을 고려하면 한은이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5월 3.1%, 6월 3.2%로 3%대를 기록한 후 7월 2.8%에 이어 8월 3.1%, 9월 2.9%를 나타냈다. 한은은 지난해 8월 SK텔레콤의 통신비 인하로 물가상승이 억제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9월에도 물가 오름세가 확대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 내외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높은 경제성장률은 한은의 금리인상 부담을 더는 요인이다. 한은은 지난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로 대폭 높이면서 낙관 시나리오 하에서 최고 3.6% 이상을 제시했다. 경제 체력이 받쳐주는 만큼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부작용 우려를 덜 수 있다.
게다가 반도체 수출 호조로 인한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한 상황이다.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외화가 소득·세수 증대로 이어져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1∼8월 누적 경상수지는 2792억달러 흑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를 웃돌았다.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도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신규 가계대출을 누르고 있으나,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 증가 추세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5일 기준 783조5983억원으로, 9월 말보다 2조7643억원 늘었다.
그나마 최근 환율이 안정돼 당장 금리 인상에 나설 필요성을 줄여주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수출업체 달러 매도 등에 장중 1322.8원까지 하락했다. 장중 저가 기준으로 2024년 10월2일(1317.1원) 이후 2년만에 최저치였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금통위가 내달 26일 회의에서 다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시장에서는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