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경영권 갈등’ 고려아연 상대 제기한 8370억여원 손배소 패소

법원 “선관주의·충실주의 의무 위반 아냐”

영풍이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한 이사들을 상대로 수천억대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재판장 김석범)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이사들을 상대로 약 8370억 규모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에 대한 책임 추궁을 게을리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고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16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모습. 연합뉴스

재판부는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대해 “이사는 경영에 관한 판단을 할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바, 회사의 최대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신뢰해 경영상 판단을 했고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며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및 충실주의 의무 위반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상법 규정이나 정관 규정 위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법 462조 1항의 자기주식 취득가액 한도 규정은 취득할 수 있는 가액의 회계관념상 총액 규모를 제한한 규정일 뿐이어서, 주식 취득 자금이 어느 항목을 재원으로 한 것인지 여부를 가지고 위 규정 위반 여부를 논할 수 없다”며 정관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중간배당 시 특정 목적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위 정관 규정은 자기주식 취득에 유추 적용할 수 없으므로, 그 재원 사용이 정관 위반이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영풍은 2024년 11월 고려아연 이사들이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고 회사에 837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1주당 56만원 정도였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자사주를 총 204만30주 취득했기 때문에 회사는 그 차액에 주식 수를 곱한 만큼의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세운 회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2022년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