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70%가 AI 쓴다…현대차그룹, 자동차 공장 넘어 'AI 기업'으로 변화

1200만대 차량서 140PB 데이터 확보
판매·정비·생산 현장까지 AI 활용 확대
2029년 새만금서 GPU 1만장 이상 운영

현대자동차그룹이 디지털 전환(DX)을 통해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전환(AX)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 임직원 70% 이상이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판매·정비·생산 등 주요 사업 현장에도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2029년까지 1만장 이상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전날 서울 양재 본사에서 기술 콘퍼런스 ‘소프티어 테크톡 오프데이 2026’을 열고 그룹의 AX 추진 성과와 향후 전략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의 ‘소프티어 테크톡 오프데이 2026’ 행사장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AI 개별 기술 도입과 시범 운영을 넘어 실제 업무와 생산 현장에 AI를 적용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를 위해 그룹 전체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고, 또 전 세계 약 1200만대의 커넥티드카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약 140페타바이트(PB) 규모의 차량 센서 데이터를 확보했다. 수십개 법인에 흩어져 있던 고객·품질·판매 등 기업 운영 데이터도 7000개 이상의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통합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DX 과정에서 구축한 데이터 기반을 AI 전환의 핵심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생성형 AI 활용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H Chat’을 도입했으며, 현재 그룹 임직원의 70% 이상이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부터는 자율주행·수소 등 국가핵심기술을 다루는 업무에서도 AI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엄격하게 관리되는 분야지만, 별도의 보안 기준을 마련해 생성형 AI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생산 현장에서도 AI를 통한 업무 효율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차량 조립 순서의 오류를 찾아내는 차량 식별번호(VIN) 인식 AI는 공장마다 별도로 운영하던 모델을 하나로 통합해 국내외 73개 공정에 적용하고 있다. AI가 차량 판매 수요를 예측해 생산·판매 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정비사에게는 공식 매뉴얼을 바탕으로 차량 점검에 필요한 정보와 근거를 제공한다. 사내 정보 검색에 걸리는 시간도 약 10분에서 20초로 줄었다고 한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에서 열린 기술 컨퍼런스 ''소프티어 테크톡 오프데이 2026''에서 연설하고 있다.

박근한 현대차·기아 머신러닝랩 상무는 “AI 과제의 성패를 가른 것은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반영한 명확한 문제 정의, 공통의 플랫폼, 현업 부서가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데이터 관리 체계였다”고 설명했다.

 

AI 활용 주체도 전문 개발자에서 일반 임직원으로 확대한다. 이달 선보이는 ‘H-Launch’는 비개발자 직원이 AI를 활용해 직접 만든 업무 도구를 사내 서비스로 배포하고 동료들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AI 활용을 일부 IT 부서의 역할이 아닌 전사적인 업무 방식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다.

 

AI가 직원 대신 업무 시스템에 접속해 작업을 수행할 때를 대비한 관리 체계도 마련한다. 사람의 사번처럼 AI 에이전트에 고유 ID를 부여하고 활동을 기록하며, 데이터 삭제 등 되돌리기 어려운 작업에는 사람의 승인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왼쪽)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에서 열린 기술 컨퍼런스 ''소프티어 테크톡 오프데이 2026''에서 IT·AI 분야 임원 및 실무자들과 대담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개발에 필요한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도 확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4분기부터 대규모 GPU와 자체 개발 AI 플랫폼을 활용한 기반 역량을 확보하고, 2029년 하반기부터 새만금 AI 데이터센터에서 GPU 1만장 이상을 활용한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GPU 자원이 필요한 조직에 컴퓨팅 역량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GPUaaS’ 체계도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이는 AI 활용 범위가 사무·관리 업무를 넘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기술로 확대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연산 인프라를 확보해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뒷받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AX는 특정 기술 하나를 도입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어떤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빠르게 활용해 사업 성과로 이끌어내는 조직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