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방보조금 편취 사실을 확인했지만 대한장애인체육회(회장 정진완)가 관련 임원에 대한 징계요구를 미뤄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사자는 감사 처분과 직접 관련된 업무에서만 제한적으로 배제됐으며, 이후에도 대외행사 참석과 직원 회의 주재 등 조직 내 활동을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징계 절차마저 지연되면서 대한장애인체육회의 관리·감독 책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은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정희영 부회장이 연구용역 과정에서 지방보조금 1128만722원을 편취한 사실을 확인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정 부회장에 대한 징계요구 권한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서울시와 교육부, 수사기관의 후속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관련 절차를 유보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취한 조치는 지난 7월27일 정 부회장을 감사원 처분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요청하고, 9월9일 서울시장애인체육회에 후속 조치 이행 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이었다. 업무배제 범위는 보조금 환수와 감사자료 제출, 징계·수사 대응 등 감사원 처분에 직접 관련된 업무로 한정됐다.
김 의원실이 확인한 자료에서는 정 부회장이 이후에도 대외행사에 참석하고 전 직원 월례회의를 주재했으며, 부서장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정황이 나타났다. 감사 관련 업무를 제한하는 조치만으로는 부회장으로서의 조직 내 활동까지 제약하지 못한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 21일 대한장애인체육회 국정감사에서 직무배제 조치의 실효성을 추궁했다. 그는 “감사 처분 업무만 못 하게 하고 부회장으로서 조직에 그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면 이 조치가 무슨 실효성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측은 정 부회장이 당시 아이치·나고야 아시아패러게임 관련 일정에 참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속 조치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김 의원이 서울시장애인체육회에 후속 조치를 요구한 이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서울시의 환수계획 외에 추가 자료를 제출받았는지 묻자, 체육회 측은 별도로 받은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측은 “서울시장애인체육회에 별도의 조치계획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제출받지 못했다”며 “11월에 관련 위원회를 개최해 징계요구를 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감사원이 비위까지 확인했는데도 안 한다면 징계요구권은 도대체 언제 쓸 것이냐”며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징계요구 여부를 조속히 결정하고, 시·도장애인체육회 임직원의 이해충돌 관리 실태를 점검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임원 대상 규정 준수 교육을 강화하고, 중대한 감사 지적이 발생했을 때 징계요구와 직무제한 여부를 신속히 판단할 관리·감독 기준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