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일산 라페스타의 빈 점포에서 아주 작고 특이한 영화제가 열린다. ‘마침 내 극장’ 영화제. 대한민국에 수십억 예산을 쓰는 국제영화제가 즐비하고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작은 영화제 역시 차고 넘치지만, 이 영화제는 그 가운데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영화제이다. 젊은 다큐멘터리 창작자, 기획자들이 이 영화제를 위해 모였다. 평소 다른 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예술가로서 자신들이 해보고 싶은 꿈을 제약 없이 표현해 보고 싶어 이 영화제로 모인 것이다.
2017년, 지금은 철거된 서울의 대중 목욕탕 ‘행화탕’에서 열린 상영회가 이 영화제의 출발이었다. ‘예술로 목욕한다’는 콘셉트하에 이들은 폐업한 대중탕을 단기 임대해 상영과 전시가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행화탕 프로젝트 이후 8년 만에 두 번째 영화제를 기획했다. 역시 서울의 유휴 공간을 예술공간으로 변모시킨 프로젝트였다. 작년에는 화장실을 상영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했단다. 그리고 올해 공식적으로 3회 영화제를 라페스타의 공실 점포에서 진행한다.
영화제 기획자에게 처음 참여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대부분의 영화제가 그러하듯이 내 일의 범위를, 작품을 추천하고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준비하는 것 정도로 생각했다. 추천작과 연관된 공간 구성과 전시 준비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 그것까지 나의 일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은 나의 관행적 사고가 빚은 착오였다. 이들이 꿈꾸는 영화제는 제도화된 관행을 따르는 영화제가 아니었다. 무척 당황했지만 이왕 참여하기로 한 거 어떻게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발을 들여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