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9년 전 결정 뒤집어”…세운4구역 주민들, 국가유산청에 공개 질의 [이슈플러스]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주민들이 허민 국가유산청장에게 “9년 전 결정을 뒤집고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요구하는 근거를 제시하라”며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서울 종묘와 세운4구역 모습. 연합뉴스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주민대표회의는 22일 허 청장에게 보낸 공개질의서에서 “국가는 스스로 ‘문화재 보존에 영향이 없다’ 해놓고 이제 와서 신뢰를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운4구역은 종묘 인근 재개발 사업지로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건물 높이를 종로변 101m, 청계천변 145m로 높이는 계획을 고시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이 올해 5월 종묘의 세계유산 가치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도록 명령하면서 사업 추진 절차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문화재청이 2017년 1월 고시를 개정해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지역은 문화재청의 별도 심의를 받음’이라는 조항을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고시에 ‘지정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행위이므로 문화재 영향검토를 생략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 처리함’이라고 명시했고 2023년 2월 국민신문고 질의에서도 문화재청 협의 기준은 의무적 이행사항이 아니라고 확인해줬다는 설명이다.

 

주민대표회의는 국가를 믿고 사업을 준비했지만 국가유산청이 올해 5월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와 인가 절차 유보를 명령해 행정의 일관성과 기준을 깼다고 비판했다.

 

다른 정비구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주민대표회의는 2017년 별도 심의 조항 삭제 이후 세운3-4구역과 세운3-5구역 사업시행자가 심의 요청을 취하했지만 문화재청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2024년 세운3-2·3구역과 세운5-1·3구역이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받을 때도 문화재 심의나 세계유산영향평가 요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같은 세운지구의 3구역, 5구역, 6구역에는 요구하지 않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세운4구역에만 명령한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매장유산 심의는 세계유산영향평가 절차와 분리해 진행해 달라고도 했다. 주민대표회의는 “발굴 유구의 해체·이전 보관과 복토를 마쳤고 지하 유구 보존방안을 마련하라는 문화재위원회 조건도 이행했다”며 심의를 잇달아 보류한 이유를 매장유산 관계 법령상 기준에 따라 설명하고 관련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과 매장유산 심의를 연계하라는 내부 방침이 있었는지 확인해 줄 것도 요구했다.

 

주민대표회의는 “국가의 말을 믿은 대가로 주민들에게는 지금도 매월 20억원이 넘는 이자가 쌓이고 있고 누적 손실은 8000억원에 이른다”며 “국가를 믿은 죄밖에 없는 주민들이 더 이상 기관 간 힘겨루기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책임 있는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앞서 허 청장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가유산청은 다른 잣대를 대지 않는다”며 “보존과 개발의 균형점을 갖고 같이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