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기서 발전기 2기를 마주 세워 성능을 시험했어요.”
지난 16일 경남 사천 유니슨 공장. 박인하 유니슨 생산관리팀 부장이 직경 9.5m, 무게 약 280t에 달하는 파란색 영구자석형 동기발전기(PMSG)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PMSG는 초강력 자석이 들어있는 형식의 발전기로 해상풍력 터빈을 구성하는 핵심 기자재다. 높이 20m 남짓한 회색 이동식 덮개 안에 놓인 이 발전기 1기는 유니슨이 자체 개발한 10㎿ 해상풍력 터빈 시제품의 출력을 시험하기 위해 설치됐다.
1984년 설립된 유니슨은 국내 최초로 750㎾ 풍력발전기를 개발해 40여년간 풍력 한 분야에 집중해 온 기업이다.
현재 유럽·중국이 선도하는 풍력 터빈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유니슨은 세 갈래 길을 동시에 걷고 있다.
10㎿ 자체 터빈 실증은 유니슨이 택한 길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시장 주류인 15㎿급 터빈 생산을 위한 독일 벤시스와의 라이선스 계약이다. 올 상반기 입찰에서 낙찰된 한빛해상풍력(340㎿)이 이 터빈을 이용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2030년 이후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20㎿급 이상 터빈 기술 개발에도 이미 착수한 상황이다.
셋 다 만만찮은 난관이 놓여 있다.
당장 10㎿ 자체 터빈은 인증을 받더라도 실적을 쌓아야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김강학 유니슨 회장이 7일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공 주도로 추진되는 400㎿ 규모 서남해 해상풍력 시범단지(전북 부안 위도 남쪽 해역)에 유니슨의 10㎿ 터빈이 적용될 수 있게 해달라고 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방조혁 유니슨 연구소장은 “터빈이 금융권이나 시장에서 인정받으려면 결국 실적이 중요하다”며 “가장 확실한 정부 지원은 대규모 단지에서 터빈을 운전하게 해 실적을 쌓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착수한 10㎿ 터빈 개발엔 정부 국책과제와 회사 투자금을 합쳐 약 700억원이 들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수주가 이뤄지더라도 양산을 위해선 또 한 번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박 부장은 “현재 공장 내 크레인은 가장 무거운 게 80t 정도인데 10㎿ 발전기 하나만 해도 거의 300t 가까이 된다”고 했다.
이런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기업 입장에서 물량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풀릴 필요가 있다. 박 부장은 “(유럽 주요 터빈사인) 베스타스나 지멘스가메사는 1년에 (터빈을) 1000∼2000기씩 제작한다”며 “우리나라는 1년에 많이 봐도 10기, 20기”라고 했다.
양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건 유니슨이 벤시스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생산하고자 하는 13.6㎿ 터빈도 마찬가지다.
업계 내에서는 유니슨의 벤시스 라이선스 터빈에 대해 해외 터빈 완제품에 단순히 ‘태그(Tag) 갈이’만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벤시스의 지분 70%를 중국 풍력 터빈사인 골드윈드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중국 터빈을 들여오는 것이란 의견도 있다.
유니슨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설계 사용권을 확보해 국내 공장에서 직접 조달·조립하는 만큼 단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다르다는 것이다. 방 소장은 “우리가 맺은 라이선스 계약은 기본적으로 기술이전을 포함하고 있다. 첫 번째로 타워의 경우 국내 생산하는 걸로 이미 정리가 돼 있다”며 “앞으로 국산화 가능한 부품은 대체해나가는 쪽으로 협력 절차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2026년도 하반기 해상풍력 입찰 설명회에서 사업내역서에 기술이전 내용을 기재할 때 ‘기술이전’·‘라이선스 생산’·‘OEM’으로 구분해 적도록 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기술이전 수준이나 국내 공급망 기여 정도를 차등해서 평가한다는 취지다. 방 소장은 이에 대해 “굉장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입찰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했다.
20㎿급 개발은 이미 시작됐다.
방 소장은 “현재 기본설계를 진행 중이고 내년부터는 상세설계까지 병행해서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15㎿급 터빈 기술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20㎿급 개발에 나서는 게 무모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방 소장은 “초기 개발은 난도가 그리 높지 않다”면서도 “관건은 기반시설이 얼마나 따라와 주느냐인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여건이 아주 좋다고 말할 순 없지만 상용화 단계로 들어설 때에는 어느 정도 기반시설이 갖춰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했다. 유니슨은 2033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