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금리 ‘매파적 동결’… 11월 인상 재개할 듯

2회 연속 인상 후 年 3.00% 유지

신현송 “7·8월 인상에 여력 확보
이번 동결조치 ‘호미질 결실’” 강조
물가·경제성장 오름세 더 강해져
현재의 긴축기조 지속 의사 밝혀

중동 전쟁 악화로 고유가 지속 땐
2027년 성장 0.16%P↓·물가 0.32%P↑
원·달러 환율 1324.2원 연저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번 결정을 ‘호미질의 결실’이라고 자평했다. 7·8월 연속 금리 인상으로 시간을 번 만큼 추후 시장상황을 보고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8월 인상 때보다 경제성장·물가 오름세가 더 강해졌기에 앞으로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고, 시장은 11월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택했다. 신 총재는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중동 사태, 주요국 통화·재정정책 운용,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정책 변화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번에 움직이기보다는 대외 불확실성 요인의 전개상황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결정 배경을 밝혔다.

 

8월 전망 때보다 성장·물가의 상방 위험이 커졌지만 이달 27일 발표되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10월 물가동향 등을 확인한 후 인상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신 총재는 “지난 8월 인상 때 ‘가래로 막아야 할 것을 호미로 막았다’고 표현했는데, 이번 동결은 ‘호미질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7·8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올림으로써 국내 경제에 맞게 정책을 펼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환율 하락으로 수입물가 제어와 금융안정에 도움이 된 점,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시장 변동성에도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된 점, 주택가격 상승과 금융취약성지수(FVI) 상승 속도가 완화된 점을 ‘호미질’의 결과로 꼽았다.

 

다만 이번 결정이 ‘매파적 동결’임을 못 박았다. 신 총재는 “성장세나 물가 오름세가 8월보다도 더 강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물가 오름세가 목표 수준(2%)에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반도체 머니’로 인한 수요 측 압력, 유가·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압력 전이로 물가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봤다. 내년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치(각각 2.3%, 2.5%)를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도 지난 8월 전망치(각각 3.3%, 2.9%)를 상당폭 웃돌 것으로 봤다. 한은은 내달 수정된 성장률 전망을 제시한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경제상황 평가’에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 역시 당초 전망(4500억달러)을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5월 2500억달러로 예상했다가 8월 4500억달러로 올렸는데 기록적인 반도체 수출로 이마저도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1231억달러다. 성장·물가 모두 전망치를 웃도는 만큼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중동 사태,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 인공지능(AI) 투자 지속 우려 등은 변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중동 사태가 악화돼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성장세가 둔화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예정처는 최근 발간한 ‘2027년 NABO 경제전망’에서 미국·이란 간 협상 교착과 후티 반군의 대체 공급경로 공격 등으로 국제유가가 올해 4분기 배럴당 110달러 이상으로 치솟은 뒤, 내년 상반기까지 배럴당 95달러 이상(90∼110달러)을 유지하다 하반기 80달러대로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 경우, 내년 실질 GDP 성장률은 기준 시나리오(유가 연평균 배럴당 76.7달러 내외) 대비 0.16%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이 매파적 메시지를 낸 이날 원·달러 환율은 기존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1324.2원으로 5거래일 연속 연저점을 경신했다. 이는 2024년 10월2일(1319.3원) 이후 최저치다. 오후 5시25분쯤에는 1321.4원까지 추가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