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허법인 사무실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질러 19명을 다치게 한 70대 남성의 정신병력 확인에 나섰다. 경찰은 이 남성이 과거 위협했던 직원을 범행 직전 찾았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살인미수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를 받는 A씨의 의무기록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A씨는 특허 등록 과정에서 종이 등록증을 받지 못한 것을 사기로 여기며 장기간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수사에서 사기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자택에 종이 등록증 여러 장을 걸어둔 정황 등을 토대로 정신질환 병력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A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수서경찰서를 나서면서 살해 의도를 묻는 취재진에게 “죽이는 건 아니고 겁주려고 했다”, “이 나라에서 사기꾼들을 보호하고 있다” 등 특허법인 측이 가짜 서류로 자신을 속였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지난 20일 오전 11시54분 신명빌딩 3층과 낮 12시1분 한양빌딩 4층에 잇따라 불을 질러 19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 변리사 1명은 심정지 상태로 이송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방화가 발생한 곳은 모두 특허법인 사무실로, 경찰은 A씨가 특허 등록 과정에서 특허법인에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해 앙심을 품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직전 2022년 휘발유를 뿌리며 협박했던 직원의 위치를 물었다는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고 살인미수 혐의 적용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A씨는 당시 같은 특허법인 두 곳에서 직원들을 위협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범행 준비도 당초 진술보다 일찍 시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A씨는 지난달 24일 서울 강서구 자택 인근 마트에서 까나리액젓과 식초를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범행 전날 주유소에서 산 휘발유를 내용물을 비운 해당 용기에 담은 정황을 확인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당일 집 계약 종료를 통보하고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라이터를 휴지에 감싸 버린 점 등을 근거로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망 염려가 있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후 동대문구 한 식당에서 식사와 음주를 하고 콜라텍 등도 방문한 사실을 확인하는 등 전체 동선을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체포 당일 범행을 대체로 시인했으나 전날 2차 조사에서는 진술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