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간 횡단보도를 무단횡단 하던 80대 남성을 치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가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7명의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은 “새벽에 제한속도를 준수하면서 정상 신호에 주행하는 운전자가 무단횡단 상황까지 미리 예견해 운전해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까지는 없다”며 전원 무죄 평결했다.
24일 창원지법에 따르면 이 사고는 2024년 7월31일 오전 4시48분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팔용터널 부근에서 발생했다.
SUV를 몰던 30대 A씨는 팔용터널에서 메트로시티 방면 2차로를 따라 직전 하던 중 자신의 왼쪽에서 오른쪽 편으로 횡단보도를 무단횡단 하던 80대 B씨를 치었다.
사고 발생 5일 뒤인 2024년 8월5일 오전 10시20분쯤 B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검찰은 A씨 차량 유리 썬팅이 짙어 운전자의 시야가 제한된 상태였고, A씨가 전방 교통상황을 잘 보고 안전하게 운전해 사고를 미리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의 판단은 달랐다.
배심원단은 새벽 시간에 제한속도를 준수하면서 정상 신호에 따라 주행하던 A씨가 보행자 신호의 적색등을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무단횡단 상황까지 미리 예견해 운전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까지는 없다고 봤다.
또 B씨가 무단횡단을 한 A씨 차량 왼쪽 편 중앙분리대에는 도로 맞은편 차량 불빛을 가리는 ‘방현막’이 설치돼 있었는데, 방현막이 끝나는 지점에서야 A씨가 B씨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 사고를 회피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사고 직전 B씨가 A씨 차량을 발견하고도 멈추거나 뒷걸음치지 않고 차량 쪽으로 달리다 사고가 났다며 B씨의 갑작스러운 이동이 사고 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고 배심원단은 설명했다.
“A씨가 위험을 인지할 수 있었던 시점을 객관적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도로교통공단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판단을 근거로, 배심원단은 A씨가 통상의 전방주시 의무를 다했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차량의 썬팅이 짙어 A씨가 미처 B씨를 발견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정작 공소사실에는 A씨가 법정 기준을 위반한 썬팅을 했다는 점이 적시돼 있지도 않았을뿐더러, A씨 차량 썬팅의 짙은 정도와 이 사고 발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만한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창원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김성환)는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는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고려해 배심원 평결을 존중한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