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고위 공무원 A씨는 2년 전 헤어진 연인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등 스토킹을 하다 입건됐다. 스토킹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중대 범죄다. 하지만 A씨가 소속 부처에서 받은 처분은 ‘불문’이었다. 불문은 징계위원회가 정식 징계처분을 내리지 않기로 한 결정이다. 당시에는 스토킹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기 전이었다.
최근 5년간 기소된 행안부 소속 공무원의 50%가량이 불문이나 경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는 경찰청을 소관하고 중대범죄수사청 지휘·감독 권한을 갖는 부처다. 내부 비위에 대한 ‘제 식구 봐주기’가 소관 수사기관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행안부가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으로부터 범죄사실을 통보받은 행안부 소속 공무원은 288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18명에서 2023년 43명, 2024년 59명, 2025년 69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9월까지 99명이다.
범죄 내역에는 준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범죄처럼 국가공무원 징계 기준상 비위 정도와 고의성에 따라 파면·해임 대상이 되는 중대 비위도 상당수 포함됐다. 처리 결과를 보면 44명은 기소됐고, 27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159명에 대한 사건은 각하·불송치·혐의없음 등으로 사건이 종결됐으며, 48명은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기소유예를 처분을 받은 공무원 27명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들 가운데 17명(약 63%)은 불문·불문경고로 처리됐다. 불문과 불문경고는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 등 정식 징계처분과는 다르다. 불문이나 불문경고를 받은 공무원은 인사기록에 등재되지만 1년이 지나면 기록이 말소된다. 포상 추천이나 선정에서 제외되는 등의 불이익 정도만 있다.
이와 별개로 행안부 직원 징계 현황을 보면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징계를 받은 행안부 공무원은 83명이다. 이들 가운데 49명은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를 받았다. 징계를 받은 전체 공무원의 59%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공직에서 배제되는 파면·해임 처분을 받은 공무원은 12명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으로 성범죄 등 성비위로 3명이 파면됐고, 금품 비위를 저지른 2명과 허위 진단서를 위조한 1명은 해임됐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한 고위공무원단과 부이사관(3급) 등 3명도 해임 처분을 받았다. 파면·해임 처분을 받은 공무원 가운데 7명은 징계에 앞서 직위 해제됐다.
경징계인 감봉과 견책을 받은 공무원은 각각 23명(27.7%), 11명(28%)으로 집계됐다.
이 의원은 “경찰청을 소관하고 중수청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까지 가진 행정안전부가 정작 내부 공무원의 범죄와 비위에는 관대한 처분을 반복한다면 수사기관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을 즉각 근절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