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션을 구경하러 온 일본 소비자가 매장에서 신라면을 맛본다. 옷과 화장품을 판매하는 공간에 즉석 라면조리기가 등장하고, 방문객들은 갓 끓인 라면을 무료로 먹을 수 있다.
농심과 무신사가 일본 오사카에서 선보이는 협업이다. K패션에 관심이 높은 젊은 소비자에게 한국 음식까지 경험하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식품업체가 패션 플랫폼의 고객을 만나고, 패션 플랫폼은 음식으로 방문객의 체험을 넓히는 방식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이날부터 11월 8일까지 17일간 일본 오사카 우메다의 복합문화공간 'VS(브이에스)'에서 열리는 '무신사 오사카 팝업 스토어 2026'에 신라면 브랜드 부스를 운영한다. 농심과 무신사가 일본에서 진행하는 첫 협업이다.
농심은 현장에 한국의 '한강라면'으로 알려진 즉석 라면조리기를 설치하고 신라면 툼바를 무료로 제공한다. 농심재팬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면 시식할 수 있으며, 설문조사에 참여한 방문객에게는 신라면 로제를 증정한다. 신라면 관련 굿즈를 받을 수 있는 추첨 행사도 마련했다.
신라면 툼바는 지난해 4월 일본 세븐일레븐에서 출시된 이후 2주 만에 초도물량 100만개가 모두 팔렸다. 같은 해 9월에는 봉지면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패밀리마트와 로손 등 주요 편의점으로 판매망을 넓혔다. 일본 경제 전문지 닛케이 트렌디가 선정한 '2025년 히트상품 베스트 30'에도 한국 라면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농심에 따르면 현재 일본 내 누적 판매량은 약 2000만개에 달한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 패션·뷰티 브랜드 71개가 참여해 약 3400개 상품을 선보인다. 무신사가 오사카에서 단독으로 개최하는 첫 대규모 팝업이다. 패션과 뷰티에 음식까지 더해 일본 소비자가 한국의 유행 상품을 한자리에서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무신사가 일본에서 식품 브랜드와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에는 도쿄 하라주쿠 팝업에서 요거트 아이스크림 브랜드 '요아정', 쿠팡의 일본 음식 배달 서비스 '로켓나우'와 협업했다.
요아정은 팝업 한정 메뉴를 선보였고, 로켓나우는 방문객에게 요아정 할인 쿠폰을 제공했다. 로켓나우 앱에서는 '무신사 콤보' 등 한정 메뉴 할인 행사도 진행했다. 패션 행사장에서 관심을 끈 뒤 음식 주문으로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실제 성과도 확인됐다. 무신사가 8월 21일부터 30일까지 운영한 하라주쿠 팝업에는 10일간 3만2619명이 방문했다. 방문객의 62%는 14~29세였고, 20~24세가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의 일본 지역 신규 회원 수는 전년 팝업 대비 302% 증가했고, 행사에 참여한 73개 브랜드의 거래액은 전월 같은 기간보다 219% 늘었다.
국내에서도 식품과 패션의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
SPC삼립은 지난해 11월 서울 성수동 무신사 스토어 대림창고에서 '삼립호빵X무신사 무진장'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무신사의 대규모 할인 행사인 '무진장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겨울 간식인 호빵을 체험형 콘텐츠로 선보였다. 행사장에는 호빵 찜기를 본뜬 대형 '호찜이' 부스를 설치하고, 스트레스볼 굿즈와 뽑기 체험 등을 마련했다. 식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패션 플랫폼 방문객이 브랜드를 접하도록 기획한 사례다.
농심 역시 해외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맛보게 하는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일본 오사카 한큐백화점 우메다 본점에서 '헬로! 신라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도쿄 중심이던 현지 마케팅을 간사이 지역으로 확대한 행사였다.
대상은 지난해 5월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김치 팝업 행사인 '김치 블라스트 2025'를 개최했다. 행사 첫날에만 1800명이 방문했다. 한국 식품업체들이 현지 유통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젊은 소비자가 모이는 상권에서 직접 맛과 브랜드를 알리고 있는 셈이다.
무신사는 이러한 체험 마케팅을 한국 패션 브랜드의 일본 진출에도 활용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앞서 도쿄에서 진행한 세 차례 팝업에는 200개 이상의 신진 브랜드가 참여했고, 이 가운데 38개 브랜드가 이를 계기로 일본 오프라인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일부 참여 브랜드의 거래액은 행사 기간 전월 같은 기간보다 3배에서 최대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번 오사카 행사 역시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현지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자리다. 농심은 패션에 관심 있는 일본 소비자에게 신라면을 알리고, 무신사는 식품 콘텐츠로 방문객의 체험 범위를 넓힌다.
식품업체와 패션 플랫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번 농심과 무신사의 협업이 일회성 체험 행사에 그칠지, 일본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