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노브고로드에 울려 퍼진 ‘한글 아리랑’… 우리말의 아름다움 전하다

훈민정음 반포 580돌·한글날 제정 100주년 기념행사 열려…고려인 동포·학생들 한자리에

러시아 북서부 노브고로드에서 한글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한글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훈민정음 반포 580돌과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해 고려인 동포와 한글학교 학생들이 우리말과 우리글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했다.

 

러시아 노브고로드한글학교(교장 김영호)는 지난 10일 추석 명절과 한글날을 기념하는 문화행사를 열었다. 해마다 개최하는 한국문화 행사지만, 올해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라는 의미를 더해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키고 다음 세대에 전하는 데 뜻을 모았다.

노브고로드한글학교 어린이들이 소원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노브고로드한글학교 제공

행사에 앞서 참가자들은 한글 캘리그라피, 청사초롱과 소원 종이비행기 접어서 날리기, 송편과 전통 떡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에 참여했다. 행사장에는 훈민정음의 탄생부터 한글의 역사까지 살펴볼 수 있는 자료도 마련돼 참가자들이 우리글의 발자취를 되짚었다.

 

개회식에는 주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한민국 총영사관의 박지은 총영사와 조승희 영사, 장세르게이 고려인협회 회장이 참석했다. 박 총영사와 장 회장은 축사를 통해 한글과 한국문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행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김영호 교장은 개회사에서 한류 확산과 함께 한글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한글과 한식, 한복, 한지, 한옥, 한국 음악(K-팝) 등을 대표적인 한국문화로 꼽은 그는 “이 중 선봉에 있는 것이 한글”이라며 “자기 말과 자기 글을 사용하고 지키는 나라와 민족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노브고로드한글학교 어린이들이 ‘우리말 날씨 이름’을 노래하며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노브고로드한글학교 제공
 

이번 행사는 한글학교와 고려인협회가 함께 준비했다. 김 교장은 참가자들이 한국문화를 배우고 즐기며 서로 축하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 아나스티야씨가 한국의 전통 명절인 추석을 소개했다. 한국을 알리는 블로그 ‘프레시 반도’를 운영하는 학생 벨리키 니키타씨도 발표자로 나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나눴다.

 

이날 행사의 중심에는 노래와 글쓰기가 있었다. 노래 부르기 시간에는 해사한의 창작곡 두 곡이 무대에 올랐다. 먼저 강순예 작사·전영준 작곡의 ‘우리말 날씨 이름’이 울려 퍼졌다. 아름다운 순우리말 날씨 이름을 담은 노래에 맞춰 어린이들이 율동을 선보이며 우리말의 다채로운 매력을 전했다. 이어 훈민정음 서문에 담긴 세종대왕의 뜻과 마음을 노래한 ‘한글 아리랑’이 무대를 채웠다. 교사와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노래하며 한글에 대한 자긍심과 우리말의 소중함을 나눴다. 참가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두 곡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낯설 수 있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노래로 친근하게 만나고, 그 가치를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가는 계기가 됐다. 특히 언어와 생활문화가 러시아 사회에 익숙해진 고려인 동포들에게는 한국의 뿌리와 정체성을 되새기는 시간이기도 했다.

노브고로드한글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한글 아리랑’을 함께 부르고 있다. 노브고로드한글학교 제공

노래 공연에 이어 훈민정음 경필 쓰기 대회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한글을 직접 쓰며 글자의 아름다움을 익혔고, 각자의 소원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함께 날리며 소망이 이뤄지기를 기원했다.

 

서향정 교감은 “올해 행사는 더욱 뜻깊었다”며 “이런 행사를 통해 우리의 전통 명절 문화를 이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적으로 이미 러시아어에 동화된 고려인 동포들이 우리말과 우리글을 잊지 않고 사용하며 후손들에게도 전해 한민족의 정체성을 계속 지켜나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추석의 전통과 한글의 가치를 한자리에서 나누며 우리말과 우리글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긴 자리였다. 노래와 체험, 발표와 쓰기 활동을 통해 고려인 동포와 학생들이 한국문화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러시아 노브고로드에서 울려 퍼진 ‘한글 아리랑’은 한글이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민족의 기억과 정체성을 잇는 문화유산임을 일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