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도 슬퍼하는 걸까요?”
한 아이를 떠나보낸 보호자가 남은 아이를 안고 진료실에 와서 묻는다. 밥을 덜 먹는다. 잠이 늘었다. 떠난 아이의 자리를 한참 들여다본다. 보호자는 그 모습에서 마음이 한 번 더 내려앉는다. 이 질문을 보호자에게 설문으로 물은 연구가 있다. 2016년 학술지 ‘애니멀스’에 실린 호주∙뉴질랜드 연구다. 연구진이 분석한 설문은 279건이었다. 남은 동물 414마리 가운데 311마리에서 한 가지 이상의 행동 변화가 보고됐다. 개 159마리와 고양이 152마리였다. 연구진이 아이를 직접 관찰한 것이 아니라 보호자에게 물은 설문이다.
변화를 보인 동물들에서 가장 흔히 보고된 것은 보호자와의 애정 관련 행동 변화였다. 개는 74%, 고양이는 78%였다. 더 관심을 요구하거나 달라붙는 모습이 있었고, 반대로 접촉을 덜 찾는 모습도 있었다. 개는 먹는 양이 줄었다는 보고가 35%, 잠이 늘었다는 보고가 34%였다. 고양이는 열 마리 중 네 마리쯤 우는 횟수가 늘었다. 떠난 아이가 좋아하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도 두 종 모두에서 보고됐다. 다만 변화를 경험한 보호자가 설문에 더 많이 참여했을 가능성은 있다. 이 비율을 모든 반려견∙반려묘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2022년에는 더 큰 설문이 나왔다. 이번에는 이탈리아 연구다.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 개를 두 마리 이상 키우다 한 마리를 보낸 보호자 426명이 답했다. 변화는 집마다 달랐다. 남은 개가 관심을 더 요구했다는 답이 67%였다. 덜 놀고, 덜 먹고, 겁이 늘었다는 답도 있었다. 변화가 없었다는 답도 13.4%였다. 보호자가 보고한 변화의 지속 기간도 달랐다. 두 달 미만이었다는 답도, 여섯 달을 넘겼다는 답도 있었다.
두 개가 친구나 부모와 자식 같은 관계였다고 답한 집에서 행동 변화가 더 많이 보고됐다. 연구진이 여러 요인을 함께 분석했을 때는, 함께 산 기간보다 두 개가 어떤 관계였는지가 변화를 설명하는 데 중요했다. 떠난 개의 몸을 남은 개에게 보여 줬는지는 행동 변화가 이어진 기간과 유의한 관련이 없었다. 다만 이것만으로 몸을 보여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거나 필요 없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보호자 쪽 요인도 나왔다. 밥을 덜 먹는 변화는 보호자의 슬픔과, 겁이 느는 변화는 보호자의 분노와 관련이 있었다. 연구진은 해석을 여럿 열어 뒀다. 보호자의 감정이 개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슬픈 보호자의 눈이 개를 그렇게 읽었을 수도 있다. 일부 결과를 보면 보호자의 감정 투사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도 해석했다. 그러나 설문만으로 실제 변화와 보호자의 해석을 완전히 나눌 수는 없다. 그렇다고 보호자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는 말은 아니다. 감정과 행동이 관련돼 있었다는 결과를 보호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슬퍼하는 보호자도, 화가 난 보호자도 자기 감정까지 잘못이라고 여길 필요는 없다.
연구진은 논문 끝에서 이것이 슬픔이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래도 동료 동물의 죽음 뒤에 나타나는 변화가 그동안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동물 복지 문제일 수 있다고 적었다. 한집에서 여러 마리를 키우는 가정이 많고, 반려동물도 늙어 가기 때문이다. 나는 열다섯 살이 넘은 시츄 호동이와 산다. 호동이가 조용할수록 걱정이 먼저 움직인다. 늙은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의 오래된 버릇이다. 걱정하는 눈으로 보면 작은 변화도 크게 보인다. 걱정한다고 잘못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걱정과 관찰을 구분해 보려고 한다.
그래서 남은 아이가 달라졌을 때 나는 슬픔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밥을 안 먹는 이유는 슬픔만이 아니다. 입안의 통증이나 다른 질환 때문에 먹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고양이가 먹지 않는다면 이틀씩 기다리지 말고 병원에 연락해야 한다. 성묘도 식욕부진이 24시간 정도만 지속돼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마음의 변화로만 넘기지 않고, 몸의 문제를 함께 확인한다. 몸과 마음을 꼭 둘로 나누어 볼 필요도 없다. 상실 뒤의 스트레스와 신체 질환이 함께 있을 수 있다. 보호자가 본 변화를 진료실에 가져오는 것은 슬픔을 병으로 만들려는 일이 아니다. 돌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려는 일이다.
2022년 연구진은 보호자의 일상이 바뀌는 일도 남은 개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적었다. 밥 시간과 산책 시간처럼 지킬 수 있는 일상은 가능한 한 유지한다. 먹지 않거나 평소보다 뚜렷하게 처진다면 슬픔 때문이라고 미루지 말고 진료를 받는다. 보호자와 남은 아이는 같은 존재의 빈자리를 겪고 있다. 그 빈자리를 똑같이 느끼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평소보다 달라붙는다면, 그 변화를 귀찮은 일로만 읽지 않아도 된다. 오늘 남은 아이는 어디에 있는가. 먼저 그 곁에 조용히 앉아 보자. 가까이 오면 받아 주고, 혼자 쉬고 싶어 하면 그 자리도 지켜 주면서.
박근필 성장연구소 소장
■누구보다 깊은 사랑을 주었고, 그렇기에 더 아픈 이별을 경험한 반려인들을 위해 연재물 김덕용의 ‘펫 상실학 개론’에서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가슴속에 묻어둔 아이와의 추억, 그리고 남겨진 슬픔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에 참여해 주세요.
△참여 대상 :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고 그리워하는 모든 반려인
△작성 분량 : 예) A4 용지 1장 내외 또는 자유 분량
△우대 사항 : 아이의 생전 모습을 담은 소중한 사진 첨부
△접수 방법 : 이메일(kimd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