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연방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州) 대법원 대법관 선거 개입을 선언하고 나서 눈길이 쏠린다. 연방국가인 미국은 연방대법원 등 연방 사법부와 별개로 50개주가 연방과는 구별되는 저마다의 독자적 사법부를 갖고 있다.
오바마는 22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오는 11월3일 실시되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대법원 대법관 선거에 출마한 아니타 얼스(66) 현 대법관의 재선을 적극 지지했다. 총 7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대법원에서 얼스는 유일한 흑인이다. 종신직인 연방법원 판사와 달리 노스캐롤라이나주 대법관은 임기가 8년이고 76세가 되면 정년 퇴직을 해야 한다.
오바마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대법원 대법관들은 주민의 근본적 권리를 보호하고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도록 해야 하는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얼스 대법관은 노스캐롤라이나 주민 전체를 위해 목소리를 낼 유일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얼스 대법관은 평생 시민권과 투표권 보호를 위해 싸워 왔다”며 “노스캐롤라이나 유권자들이 얼스 대법관의 재선에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얼스 대법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임기 첫 해인 2017년 11월 선거에서 당선돼 이듬해인 2018년 1월부터 재직 중이다. 8년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가운데 올해 11월 선거 때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혔다.
전직 대통령이 연방대법원도 아니고 주대법원에 관심을 쏟는 현실이 다소 의외라고 여길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진보 성향이 뚜렷한 얼스 대법관은 민주당 소속 정치인과 법률가들이 가장 좋아하고 또 존경하는 법조인이다. 명문 예일대 로스쿨 출신인 그는 변호사로 활동하던 2017년 노스캐롤라이나의 연방의회 의원 선거구가 흑인 등에게 매우 불리한 인종 차별주의에 입각해 획정된 이른바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란 주장을 펼쳐 연방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연방의회 의원 선거구가 개편된 뒤 치러진 선거에서 공화당은 지난 10년간 누려 온 우월적 지위를 잃고 다수당 자리를 민주당에 헌납해야 했다.
오바마 밑에서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임기(2021년 1월∼2025년 1월) 중 연방대법원에 결원이 발생하면 그 자리에 임명할 후보자들 최종 명단에 얼스 대법관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미 60대에 접어든 얼스 대법관의 나이가 너무 많다고 여겼는지 바이든은 실제 대법관 임명 기회가 찾아온 2022년 6월 얼스 대법관 말고 그보다 10살 어린 커탄지 브라운 잭슨(56) 판사를 새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미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연방대법관 후보자 임명 동의권을 쥔 상원에서도 공화당이 패하고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얼스 대법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오바마의 언행은 장차 민주당이 집권하는 경우 그를 유력한 연방대법관 후보로 올려놓으려는 원대한 구상에서 비롯한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