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정의롭다면, 과연 그건 좋은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가난한 사람을 도와서 고통을 덜어준다면 그것으로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더 몫을 주는 것은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수없이 반복된 이 질문에 대해 정치철학자 필리프 판 파레이스가 내놓은 해법 중 하나는 ‘무조건적 기본소득’이다.
EBS는 23일부터 오는 29일까지 평일 밤 11시40분 EBS 1TV에서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필리프 판 파레이스의 21세기 정의론’을 방영한다. 벨기에 루뱅대학 명예교수인 판 파레이스는 1980년대부터 기본소득의 철학적·제도적 가능성을 탐구해온 학자다. 특히 지난1986년엔 루뱅에서 열린 국제 기본소득 회의를 주도해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BIEN)가 출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당시 출범에 성공한 BIEN은 현재 유럽을 넘어 세계적 네트워크로 확대됐다.
판 파레이스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정의’의 기준을 하나씩 되짚는다. 판 파레이스는 단순히 소득을 똑같이 나누는 것이 정의가 아니라며 각자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살아갈 수 있는 ‘실질적 자유’를 얼마나 누릴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판 파레이스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기본소득에는 ‘무조건적’, 그리고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게 전제로 따라붙는다. 각자의 자산이라거나, 근로를 전제하는 등의 조건은 필요하지 않다. 당연히 비판도 따라온다. 판 파레이스는 이 관점에서 기본소득이 왜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지급되어야 하는지도 설명한다.
판 파레이스가 던지는 질문은 기본소득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 국가 안에서의 분배를 넘어 국경을 넘어선 ‘지구적 정의’는 어떻게 가능할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언어의 불평등’은 어떻게 다뤄야 할지 묻는다. 결국 판 파레이스의 목적은 ‘무엇을 얼마나 나눌 것인가’라는 분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그걸 넘어 존재하는 ‘모두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보다 실질적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