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가 별세했다. 향년 74세.
23일 NHK방송 등에 따르면 무라카미 작가는 지난 17일 세상을 떠나 가족장으로 장례가 치러졌다.
나가사키현 사세보시 출신인 고인은 무사시노미술대학에 재학 중이던 1976년 미군 기지촌 주변에 사는 젊은이들의 방황을 담은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발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카와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마약 투약, 집단 성관계, 폭력 등 충격적인 내용으로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당시 국내에도 번역돼 소개됐으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외설물’이라는 이유로 판매금지 및 압수 처분을 받았다.
1980년작 ‘코인로커 베이비스’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인로커에 버려진 두 아이의 삶을 그려 베스트셀러가 됐다.
버블 경제의 붕괴와 냉전 해체를 읽어낸 ‘사랑과 환상의 파시즘’은 일본 청년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애니메이션 감독 안노 히데아키는 ‘에반게리온’ 시리즈가 이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이밖에 일본 사회를 천천히 죽어가는 환자로 묘사한 ‘희망의 나라 엑소더스’를 비롯해 ‘테니스 보이의 우울’, ‘69’, ‘올드 테러리스트’, ‘인·더·미소 수프’ 등 소설을 썼다. 북한 특수부대가 후쿠오카돔을 점거한다는 내용의 ‘반도를 떠나라’는 탈북자 수기를 읽은 것을 계기로 10년여의 구상과 자료 수집, 인터뷰를 거쳐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전쟁·성·폭력 등 현대 사회가 가진 왜곡과 일탈을 주제로 한 소설을 주로 남겼다. 비슷한 시기와 활동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더블 무라카미’로 불렸다.
그의 소설에는 가학·피학적 성애와 폭력이 번번이 등장해 거부감을 나타내는 독자도 많다. 고인은 “흥미를 끌기 위해 폭력과 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건 나도 반대한다”면서도 “하지만 내적 필연성이 있는 경우는 다르다. 그럴 땐 (현대인의 무력감 등) 작가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2003년 발표한 ‘13세의 헬로워크’는 중학생 눈높이에서 600개 이상의 직업을 소개하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길을 안내해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은 나중에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영화감독, 각본가로도 활동했으며 2006년부터 TV도쿄의 시사 경제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올해 3월까지도 민영방송의 경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지만 지난 17일 자택에서 유명을 달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