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23일 무죄를 선고하며 그간 오 시장이 결백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내세운 '명태균 녹취록' 내용을 일부 인용했다.
2심 들어 새롭게 제출된 이 증거가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한 셈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 녹취록이 발견된 경위가 석연찮다며 증거로 채택돼선 안 된다는 입장인 만큼 향후 상고심에서 이 부분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오 시장 측은 이런 발언이 김씨가 오 시장과 무관하게 자신의 판단으로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음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해왔다.
오 시장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면서도 취재진에 "1심에서 제출되지 않았던 결정적 증거(녹취록)가 제출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재판부는 오 시장이 김씨에게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명씨 진술을 부정하면서 재차 해당 녹취록을 거론했다.
구체적으로 "김한정은 명태균을 알게 된 경위에 대해 다소 모호하게 진술하고 있긴 하지만, 최소한 명태균의 연락처를 오세훈이 아닌 강철원(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통해서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명태균과 김한정 사이 2021년 3월 6일 자 통화 녹취록 대화 중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고 짚었다.
오 시장 혐의의 핵심 구성 요소인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요청'에 관한 명씨의 진술이 배척되는 데 모두 녹취록의 영향이 있었던 것이다.
특검팀은 김씨가 이 녹취록을 재판에서 제출했을 때부터 재판부가 채택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김씨가 녹취록 파일을 1심에서부터 갖고 있었지만 제출하지 않다가 2심 들어 본인에게 유리한 내용이 담긴 파일만 선별해 제출했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이날 선고 후 박노수 특검보도 "김한정은 원래 그 파일을 갖고 있었지만 불리한 내용이 많아서 제출하지 않았다가, 항소심에서 마치 새로 발견한 듯 주장하며 냈다"며 "이는 재판부를 속이면서 내는 증거인 만큼 채택돼선 안 된다"고 항변했다.
특검팀은 대법원에 제출할 상고 이유서에 녹취록을 증거로 채택해선 안 되는 이유를 상세하게 언급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상고심에서도 녹취록 증거 채택 여부가 오 시장의 유무죄를 가를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이 기소한 사건은 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안에 처리하도록 하는 특검법상 '6·3·3 원칙'을 따른다. 이에 따라 오세훈 시장 사건의 대법원 선고는 이르면 1월 말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강행규정이 아니어서 기한을 넘겼다고 법원이 별도 제재를 받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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