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을 수사하는 공소청이 23일 이병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했다. 노 전 대통령 일가 비자금 의혹 수사는 공소청이 마지막으로 수사할 수 있는 기간(12월30일까지) 내에 수사할 사건 가운데 가장 주목 받는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축구선수 기성용(37·포항스틸러스)씨가 성폭력 의혹 폭로자를 상대로 제기한 억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도 승소했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에 대한 ‘반대’ 의견이 ‘찬성’ 응답보다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옥숙 메모’ 등장… 노소영 출석도 조율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공소청(서울중앙지검의 후신)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소정수)는 이날 이 전 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비서관은 노태우정부 땐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박근혜정부에선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 일가 비자금 의혹의 발단이 된 일명 ‘김옥숙(노 전 대통령 배우자) 메모’에 이름이 적힌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 항소심 과정에서 노 전 관장 측이 SK그룹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를 주장하며 김 여사가 작성한 메모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비자금 의혹이 불거졌다. 메모에는 총 904억원 규모의 자금 내역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 측은 이를 토대로 노 전 대통령의 자금 300억원이 사돈인 최종현(최 회장의 선친) 전 SK그룹 회장에게 전달돼 선경그룹의 경영활동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공소청은 5·18기념재단 등으로부터 김 여사와 노 관장, 노재현 주중한국대사 등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비자금을 은닉하고 세금을 포탈했다는 취지의 고발장을 접수한 뒤 수사를 이어왔다. 지난 8월에는 김 여사 자택과 노 대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재단 등을 압수수색했고, 이후 동아시아문화재단 관계자, 차명계좌 제공 의혹을 받는 당시 비서관 등을 소환해 조사했다.
서울중앙공소청은 노 관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위해 출석 일정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취지 아래 지난 2일부로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했지만, 공소청법상 소관 사무 경과조치 규정에 따라 12월30일까지 최대 90일간 수사를 이어갈 수 있다.
◆재판부 “1심 판단 타당”… 피고 항소 기각
서울고법 민사13-3부(재판장 황진구)는 이날 기씨가 자신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축구부 후배 A씨와 B씨를 상대로 낸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성폭행같이 특정되지 않은 기간과 공간에서의 사실의 부존재가 문제되는 사건에서는 ‘그런 사실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측이 수긍할만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며 “피고 측이 그에 관한 소명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1심이 판단했고 항소심에서의 추가 제출 증거와 증인 증언을 봐도 1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이렇게 판단했다.
앞서 A씨와 B씨는 전남의 한 초등학교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1~6월 선배인 C선수와 D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2021년 2월24일 폭로했다. 이 중 C선수가 기씨로 특정됐다. 이에 기씨는 A·B씨에 대해 같은해 3월 명예훼손 혐의 고소장을 접수했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함께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형사 고소건에 대해선 서울 서초경찰서가 A·B씨에 대해 2년5개월 가량 수사를 진행한 뒤 2023년 8월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반면 민사소송에서는 결과가 달랐다. 손배소 1심은 지난해 7월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씨가 청구한 배상액 중 1억원을 인정했다.
◆무당층 찬성 15%·반대 38%·유보 47%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조 대법원장 탄핵 문제를 물은 결과 찬성 의견은 34%, 반대 의견은 39%로 각각 조사됐다. ‘모름·응답 거절’ 등 의견 유보는 28%였다.
정치 성향별로 보면 중도층에서 찬성·반대가 34%로 같았고, ‘모름·무응답’은 31%였다. 진보층의 66%는 조 대법원장 탄핵에 찬성했고, 보수층의 61%는 반대했다. 지지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61%가 찬성,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71%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무당층에선 탄핵 찬성이 15%, 반대가 38%로 나타났고, 의견 유보는 47%였다.
연령대별로 40대(47%)와 50대(47%)에서는 찬성 여론이, 60대(51%)와 70대 이상(51%)에선 반대 여론이 절반가량이었다. 18∼29세에선 의견 유보층이 56%로 과반이었다. 이번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접촉률은 41.3%, 응답률은 10.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