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돌아온 오세훈…보수 주도권 경쟁 다시 불붙나

큰 고비 넘은 吳…보수 재편 역할론 주목
당 기반 쥔 張과 주도권 경쟁…韓과는 협력·경쟁 가능성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수 진영의 차기 주도권 경쟁에 변수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이 상고를 예고한 만큼 대법원 판단이 아직 남아있지만, 정치권에선 시장직 상실과 5년간 피선거권 제한이라는 정치적 위기를 넘길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판결로 오 시장은 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고, 보수 재편 과정에서도 역할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기반을 다져온 장동혁 대표, 당 밖에서 활동하는 무소속 한동훈 의원과의 관계 설정에 따라 차기 주도권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기소돼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중구 서울시청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23일 서울고법 형사7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시장직 상실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거의 유일한 직접 증거인 명태균의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렵고, 나머지 단편적인 사실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오히려 재판 과정에서 그와 반대되는 사정이 많이 인정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검찰,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송구스럽다”며 “시민들의 믿음과 혜안에 어긋나지 않게 더욱 더 열심히 일해 보답드리겠다”고 밝혔다. 특검의 상고가 유력한 만큼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아있지만,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공판을 마친 뒤 나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진영에선 계파를 가리지 않고 모두 환영 입장을 밝혔다. 장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세훈 서울시장, 전부 무죄! 사필귀정”이라 밝혔고, 무소속 한 의원은 “재판부가 민주당 정치인들의 노골적이고도 저질스러운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1심 판결을 바로잡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오 시장의 명예 회복을 담백하게 축하한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보수재건의 길에 함께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현 지도부인 장 대표를 견제하는 기류가 관측됐다. 5선 윤상현 의원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오 시장의 정치적 역할에도 새로운 관심이 모일 것”이라며 “보수 진영의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모아갈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배현진 의원도 “서울 재선거를 주장하며 어느 당 지도부인지 헷갈리게 했던 꽃과 북의 지도부는 다행으로 여기며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장 대표의 강성 노선을 공개 비판해왔고, 배 의원은 대표적인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으로 꼽힌다. 

 

당내에선 오 시장의 판결이 정치 지형에 가져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오 시장의 항소심이 진행된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는 윤상현·김석기·신성범·이만희·김미애·권영진·엄태영·조은희·조정훈·박수민·서명옥·이상휘·김소희 의원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 10여명이 기다리며 오 시장을 응원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기존 주류라고 불렸던 의원들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단숨에 친한계 숫자를 능가했다”며 “강력한 경쟁자가 재등장하며 야권 내에서 계산이 복잡해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관건은 오 시장을 기점으로 한 보수 연대 움직임이다. 오 시장은 이미 한동훈·이준석 의원을 아우르는 보수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수도권주거혁신포럼 세미나에 참석한 뒤에는 “그런 분들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보수 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기소돼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오후 중구 서울시청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영남권 한 초선 의원은 오 시장의 항소심 무죄로 보수 통합을 둘러싼 세 사람의 셈법이 달라질 것이라며 연대 가능성을 크게 봤다. 다만 “세 사람 다 독자적인 정치적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정치연대는 불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장 대표의 노선에 이견을 보여온 당내 인사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남권 한 재선 의원은 “오 시장은 중도 외연 확장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면 당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자연스레 나올 것”이라고 짚었다. 박 교수는 “(오 시장이) 장동혁, 한동훈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