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불안하다”던 세종은 옛말…수능 TOP3에 ‘상향 평준화’까지 [100투더세종-17]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특히 고등학교는 학업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말이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면학 분위기도 좋아졌고 대학 입시 결과도 꽤 괜찮아요. 초창기 세종과는 완전히 달라졌죠.”

 

세종에서 14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이모(41) 교사는 달라진 세종의 학교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씨는 “과거에는 초등·중학교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고등학교 입시 분위기는 불안하다는 말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10여 년 전만 해도 세종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에 불안한 도시로 여겨졌다. 중앙부처 소속 50대 김모 국장은 세종으로 내려올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큰 아이를 서울에 남겨뒀다. 김 국장은 “학교가 신생이다 보니 입시 준비 경험이 충분치 않을 것 같았다”며 “그동안 축적된 입시 결과도 알 수 없다 보니 아이를 믿고 맡길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세종 인근 공공기관에서 근무했던 50대 박모 실장은 자녀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직전 아예 가족 전체가 대전으로 이사했다. 그는 “초창기에는 일반고도 몇 개 없었는데, 그마저 대전에서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이 전학 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며 “대전에 명문고가 많다는 소식을 듣고 대전이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범 14년 차를 맞은 세종의 교육 성적표는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KESS)에 따르면 세종 출범 초기인 2012년 5개였던 고등학교는 올해 22개로 4.4배 늘었다. 교사 이씨는 “지금은 면학 분위기가 잘 잡혀 있고 좋은 성적을 내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2027학년도 수능을 한 달여 앞둔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강북종로학원에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4일 기준 현재 수능은 26일 남았다. 수능은 다음 달 19일에 실시된다. 뉴시스

국영수 전국 TOP3…가파른 개선 ‘수학’, 2년째 2위 ‘영어’

 

실제로 수치도 이를 증명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발표한 2022~2026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고3 재학생의 성적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6학년도 세종 학생들의 국어 2등급 이내 비율은 8.9%로 서울(13.7%), 경기(9.2%)에 이어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수학(10.0%)도 서울(16.7%), 경기(10.7%)에 이어 3위다. 영어(16.7%)는 서울(22.3%)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입시 성적도 개선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국어 표준점수 평균은 2023학년도 전국 5위(98.0점)에서 이후 3위(98.5점), 4위(98.1점), 3위(98.4점)를 기록했다. 4년 연속 전국 5위권을 유지한 것이다.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낸 과목은 수학·영어다. 수학은 2023학년도 9위(96.5점)에 그쳤지만 이듬해 4위(97.4점), 5위(97.7점)를 거쳐 2026학년도 공동 3위(98.2점)까지 올랐다. 특히 영어 1·2등급 비율의 전국 순위는 2023학년도 6위(22.5%)에서 3위(21.3%), 2위(21.0%), 2위(16.7%)로 최근 2년 연속 2위를 유지했다.

최근 세종 수험생의 성적 관련 그래프. 세진협 제공

“한때 새롬·아름동 등 선호 학군지도 있었지만”…정작 학교 간 격차는

 

세종시에서 10여 년간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박모 대표는 “과거 새롬동과 아름동 등 일부 지역이 선호 학군지로 학부모 매수 수요가 많았지만 지금은 조금 희석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종에서도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학군 선호 현상이 나타났지만, 수능 국어 성적을 기준으로 보면 학교 간 격차는 전국에서 가장 작은 축에 속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24~2026학년도 세종의 수능 국어 표준점수 평균은 98.33점으로 전국 4위를 기록했다. 반면 지역 내 학교별 평균 표준점수의 최고·최저 격차는 30.10점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작았다. 2026학년도 수능 성적만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국어 표준점수 평균은 98.4점으로 전국 3위였지만, 학교 간 격차는 31.7점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수준이었다.

 

세종은 최근 서울대 진학률이 전국 2위인 지역으로 꼽힌다. 한때 서울대 진학률로는 서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을 정도다.(100투더세종-11 참조) 그런 가운데 수능 성적도 전국 상위권으로 올라선 데다 학교별 격차도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된다. 세종의 교육 성적이 전반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학교 간 격차도 상대적으로 작은, 이른바 ‘상향평준화’의 양상을 보이는 셈이다.

세종시 보람동에 위치한 세종시교육청진로교육원 내 대입지원관 방문 상담실(왼쪽). 21일 오전 진로교육원에서 대학 입시 및 진학 지원, 교육연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이승주 기자

“서울로 보내야 하나”…세종에서도 가능한 진학 상담

 

세종의 교육환경이 개선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공교육의 진학 지원체계가 자리 잡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2023년 세종에 교육청 진로교육원이 들어서면서 고등학생들이 진로 탐색과 진학 설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진로교육원은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와 내신·수능 성적 등을 토대로 지원 가능한 대학과 전형을 살펴보는 맞춤형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은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세종 대입지원단이 맡는데, 지난해에는 입학사정관 출신 대입지원관도 함께 참여했다. 진로교육원 관계자는 “진학 상담 예약이 1~2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특히 수시 원서 접수를 앞둔 시기에 상담 수요가 집중된다”고 말했다.

 

대규모 대학입학정보박람회도 열렸다. 지난 7월 2~3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7학년도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는 92개 대학이 참여했고, 방문 인원은 1만213명에 달했다. 과거에는 입시 정보를 얻기 위해 서울이나 대전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불안감이 컸지만, 이제는 세종에서도 대학별 입학 정보와 전문적인 진학 상담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공교육 진학 상담 확대만으로 수능 성적이나 대학 진학 실적 개선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다른 지역에도 있는 진로교육원이 생겼다고 세종 성적이 상위권이 된 것은 아니다. 다만 한때 ‘교육 황무지’였던 곳에 공교육의 입시 지원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굳이 입시를 앞두고 다른 지역으로 ‘원정’이나 ‘이사’를 가지 않더라도 입시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생겼다는 점에 주목된다.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인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20일 인천 부평구 상정고에서 고3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입시를 앞둔 자녀를 둔 학부모들, 여전히 세종의 교육환경이 불안한가. 그래서 아이를 보낼 다른 지역의 학교를 알아보고 있다면? 그렇다면 한 번쯤 세종을 다시 들여다봐도 좋겠다. 생각보다 ‘꽤’ 괜찮은 곳으로 달라졌으니 말이다.

 

100투더세종…17편/투 비 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