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어린이는 쿠키나 감자튀김 등 음식 사진을 볼 때 보상과 동기 부여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음식 사진에 대한 뇌 반응이 강한 어린이는 1년 후 체질량지수(BMI)와 체지방률도 더 많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어린이의 식습관과 뇌 반응, 체중 변화 사이의 연관성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켁 의대 캐슬린 페이지 교수팀은 24일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연구에서 정상 체중인 7∼10세 어린이 46명의 식단과 뇌 영상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초가공식품은 시리얼과 포장 빵, 즉석 수프처럼 산업적으로 제조돼 보관이 쉽고, 맛과 편의성을 높인 식품을 말한다. 미국 어린이는 하루 섭취 열량의 평균 67%를 초가공식품에서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서 초가공식품 섭취가 체중 증가와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음식에 대한 뇌의 보상 신경망이 이런 위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에는 당뇨병과 비만 위험을 추적하는 장기 연구인 ‘브레인차일드(BrainChild)’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식단과 신체 구성을 조사하고, 쿠키와 감자튀김 등 먹음직스러운 음식과 연필·벤치 같은 중립적인 사물의 사진을 보여주는 동안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활동을 측정했다. 체질량지수와 체지방률, 허리둘레는 연구 시작 시점과 1년 후에 측정했다.
분석 결과 하루 섭취 열량에서 초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보상과 동기 부여, 학습 등에 관여하는 뇌 영역인 등쪽 선조체(dorsal striatum)가 음식 사진에 더 강하게 반응했다.
음식 사진에 대한 등쪽 선조체의 반응이 강한 어린이는 1년 후 체질량지수와 체지방률이 더 많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초가공식품 섭취량 자체는 1년 후 허리둘레 증가와도 관련이 있었다.
연구팀은 음식 사진에 대한 뇌 반응을 함께 고려했을 때 초가공식품 섭취량과 체질량지수·체지방률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약해졌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음식 자극에 대한 뇌 반응이 초가공식품 섭취와 체지방 증가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어린이에게서 음식 사진에 대한 뇌 반응이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음식에 대한 동기 부여나 습관 형성과 관련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대로 애초 음식 자극에 뇌가 강하게 반응하는 어린이가 초가공식품을 더 많이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연구는 어린이 46명을 대상으로 한 관찰연구여서 초가공식품이 뇌 반응이나 체지방 증가를 직접 일으킨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연구팀은 섭취 습관과 뇌 반응 사이의 연관성을 더 큰 규모의 연구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페이지 교수는 “어린 시절은 뇌가 음식과 식품 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가공 정도가 낮은 식품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식품 환경을 바꾸는 것이 해결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의 뇌는 아직 발달 중이고 식습관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다”며 앞으로 초가공식품을 자주 먹는 어린이에게 가공 정도가 낮은 식품을 더 많이 제공해 음식 사진에 대한 뇌 반응과 체중 변화가 달라지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