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음료 속 인공감미료, 당뇨병·심혈관질환 위험과 연관…장기 섭취 주의

서울 시내 편의점에 진열된 콜라와 음료 제품 모습. 연합뉴스

설탕 대신 사용하는 인공감미료가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은 물론 인지기능 저하 등 여러 건강 문제와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인공감미료 섭취량이 많은 사람에게서 일부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체중 감소 효과가 관찰되기도 했지만, 장기적인 건강상 이점은 뚜렷하지 않아 섭취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362만명 분석서 당뇨병·심부전 위험 26% 높아

 

숙명여대·하버드 의대 공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영양연구와 실천’(Nutrition Research and Practice) 6월호에 인공감미료 섭취와 심혈관·대사질환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 37편을 메타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총 362만5613명의 건강 자료였다.

 

메타분석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계적으로 종합해 전체적인 경향을 살펴보는 연구 방법이다.

제로 음료에 사용되는 아스파탐과 수크랄로스 등의 인공감미료가 혈당 조절과 심혈관 건강뿐 아니라 인지기능, 콩팥 기능, 면역반응 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분석 결과 인공감미료 섭취량이 가장 많은 집단은 가장 적은 집단보다 제2형 당뇨병과 심부전 발생 위험이 각각 26% 높았다. 고혈압은 13%, 뇌졸중은 12%, 관상동맥질환은 11% 높게 나타났다.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18%,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9% 높았다.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연관성이 보고됐다. 호주 모나시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당뇨병과 대사’(Diabetes & Metabolism)에 발표한 논문에서 성인 3만6000여명을 평균 13.9년간 추적한 결과,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를 하루 한 번 이상 마신 사람의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38% 높았다고 밝혔다. 비만 관련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이러한 연관성이 유지됐다.

 

◆ 60세 미만서 인지기능 저하 연관성…콩팥 건강 연구도

 

인공감미료와 뇌 건강의 연관성을 살펴본 연구도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팀은 성인 1만2772명을 약 8년간 추적한 결과를 지난해 국제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발표했다. 아스파탐과 사카린, 아세설팜칼륨, 에리스리톨, 자일리톨, 소르비톨, 타가토스 등 7가지 저열량·무열량 감미료의 섭취량과 인지기능 변화를 비교한 연구다.

 

그 결과 60세 미만에서는 감미료 섭취량이 많은 집단일수록 전반적인 인지기능과 언어 유창성의 저하 속도가 빠른 경향을 보였다. 일부 감미료의 섭취량은 인지기능 저하 속도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뚜렷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콩팥 건강과 관련한 결과도 나왔다. 중국 우한대 연구팀이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약 15만6000명의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커피나 차 등에 인공감미료를 많이 넣어 먹는 사람의 만성콩팥병 발생 위험이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19% 높게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건강문화사업단은 최근 공개한 'HOMO-100' 건강 리포트를 통해 인공감미료의 건강 영향을 다룬 국제학술지 논문 4편을 소개하며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도 최근 공개한 ‘HOMO-100’ 건강 리포트에서 인공감미료의 건강 영향을 다룬 국제학술지 논문들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아스파탐이 혈관 염증과 동맥경화 진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살펴본 동물실험과, 일부 암 환자에서 수크랄로스 섭취량과 면역항암제 치료 성적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도 포함됐다.

 

다만 연구마다 설계와 대상, 분석 방법이 다르며, 관찰연구에서 확인된 연관성만으로 인공감미료가 해당 질환을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인지기능 연구팀 역시 감미료가 기억력을 직접 떨어뜨리거나 치매를 유발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 단기 체중 감소 효과 있지만…장기 섭취는 신중해야

 

국내 관련 학회들도 인공감미료의 장기 섭취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와 한국영양학회는 올해 1월 국제학술지 ‘당뇨병과 대사 저널’(Diabetes & Metabolism Journal)에 발표한 공동 합의문에서 설탕 음료와 인공감미료 음료의 건강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인공감미료의 장기적인 섭취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합의문에 따르면 무작위 임상시험 14건과 장기 관찰연구 20건을 분석한 결과, 설탕 음료를 인공감미료 음료로 대체하면 단기적으로 체중이 평균 0.73㎏, 체지방률이 0.72%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혈당과 심혈관·대사 지표의 개선 효과는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았다.

 

장기 관찰연구에서는 인공감미료 음료를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서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높게 나타나는 연관성이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인공감미료 음료가 설탕 음료보다 단기적인 체중 관리에 유리할 수 있더라도 장기적인 건강상 이점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 전체적인 식습관과 음료 섭취 습관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