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가 핀 견과류는 겉면을 닦거나 다시 볶아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일부 곰팡이가 생성하는 아플라톡신은 열에 강해 일반적인 조리 과정에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국내에서 판매된 볶음땅콩에서 아플라톡신이 기준치의 약 2.6배 검출돼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아플라톡신을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근거가 충분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볶음땅콩에서 기준치 2.6배 검출…423㎏ 생산분 회수 대상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한 식품소분업체가 판매한 국산 볶음땅콩 일부에서 아플라톡신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검사 결과 총아플라톡신은 1㎏당 38.4㎍으로 확인됐다. 국내 허용 기준인 15.0㎍의 약 2.6배다. 특히 독성이 강한 아플라톡신 B1은 32.4㎍이 검출돼 별도 기준인 10.0㎍의 3.2배를 넘었다.
회수 대상은 소비기한이 2027년 6월 22일로 표시된 1㎏ 제품이다. 해당 제품의 생산량은 423㎏(423개)이며, 식약처는 소비자에게 섭취를 중단하고 구입처에 반품하라고 당부했다.
국내 유통식품 검사에서도 아플라톡신이 확인된 사례가 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말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땅콩·견과류가공품 79건, 전통 장류 70건, 과자 20건 등 총 169건 가운데 2건(1.2%)에서 아플라톡신이 검출됐다.
검출된 제품은 된장 1건과 땅콩·견과류가공품 1건이다. 총아플라톡신 농도는 각각 5.6㎍/㎏과 10.2㎍/㎏으로 모두 허용 기준 이내였다.
◆기름 쩐내와 곰팡이 독소는 달라…겉 멀쩡해도 안심 못해
견과류를 오래 보관하면 특유의 기름 쩐내가 날 수 있다. 호두와 아몬드 등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이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하면서 산화되는 현상이다. 이를 산패라고 한다.
기름 쩐내가 나는 산패와 곰팡이 독소 오염은 별개다. 쩐내만으로 발암성 곰팡이 독소의 유무를 판단할 수는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농업·자연자원부(UC ANR)는 산패한 견과류는 맛이 크게 떨어질 수 있지만, 산패만으로 식품 안전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반면 아플라톡신은 일부 아스페르길루스속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독성 물질이다. 곰팡이는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오염은 재배부터 수확, 저장, 유통에 이르는 여러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변질 신호도 있다. 견과류 표면에 곰팡이가 피었거나 색이 변하고 알갱이가 쭈그러들었다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WHO 역시 땅콩과 아몬드, 호두, 피스타치오 등에 곰팡이가 피었거나 변색·수축된 흔적이 보이면 버리도록 권고한다.
아플라톡신 오염 여부는 겉모습만으로 가려내기 어렵다. 곰팡이가 보인다고 모두 아플라톡신에 오염된 것은 아니며, 겉으로 멀쩡해도 독소가 검출될 수 있다.
◆1군 발암물질 아플라톡신…볶거나 끓여도 완전 제거 어려워
아플라톡신은 간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는 곰팡이 독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아플라톡신에 오염된 식품을 반복적으로 섭취하면 간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단기간에 많은 양을 섭취하면 급성 간부전이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아플라톡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사람에게 발암성이 확인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독소다. 다만 한 번 섭취했다고 곧바로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암 발생 위험은 섭취량과 노출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진다.
곰팡이 독소는 가열해도 남을 수 있다. WHO에 따르면 대부분의 곰팡이 독소는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어서 볶거나 끓이는 등 일반적인 조리 과정에서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도 곰팡이가 핀 부분만 떼어내 먹거나 볶고 끓여 먹는 행동을 피하라고 안내한다.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USDA FSIS)은 곰팡이가 핀 견과류와 땅콩버터를 폐기 대상으로 분류한다. 곰팡이 균사가 식품 내부까지 퍼졌을 수 있고, 독소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봉 후 밀폐해 냉장·냉동…곰팡이 발견하면 통째로 폐기
견과류를 안전하게 보관하려면 습기와 온도 관리가 우선이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견과류를 10℃ 이하에서 냉장하거나 -18℃ 이하에서 냉동 보관하도록 권고한다. 개봉한 제품은 반드시 밀폐해야 한다.
대용량 제품은 한 번에 먹을 양만큼 나눠 보관하는 게 좋다. 물기 없는 깨끗한 용기에 담아 밀봉하면 공기와 습기 유입을 줄일 수 있다.
제품을 구매할 때는 소비기한과 포장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포장이 손상됐거나 내용물이 변색된 제품은 피하고, 회수 대상 제품을 구매했다면 먹지 말고 판매처에 반품해야 한다.
냉장·냉동 보관은 곰팡이 증식과 지방 산패를 늦출 수 있지만, 이미 생긴 독소를 없애지는 못한다. 곰팡이 독소는 견과류뿐 아니라 곡류·고춧가루·커피 원두 등에서도 생길 수 있다. 식품에 따라 문제가 되는 독소가 다른 만큼 원료 검사와 보관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