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 끝났다, 재초환 강행… 서초구 연내 징수에 같은 84㎡ ‘18억 격차’ 기현상

서초구 반포 현대 1호 부과 착수… 전국 60여 개 단지 사정권
‘7억 부담금’ 떠안기 논란에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거래 마비
서울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뉴스1

 

수년간 부과 유예와 법안 폐지 논란 뒤편에 멈춰 섰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마침내 본격적인 강제 징수 국면에 진입한다. 실체 없는 위협으로 치부되던 억대 부담금 고지서가 올해를 기점으로 현실화하면서, 정비사업 시장 전반이 거대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신호탄을 쏜 곳은 서울 서초구다.

 

25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는 강남권 재초환 1호 단지인 ‘반포 현대(현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의 부담금을 올해 안에 전격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7월 30일쯤 입주를 시작해 개발이익환수법상 징수 소멸시효인 5년 만료가 임박했다는 법적 판단에 따른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3월 개정법 시행 시점을 기준으로 5년 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관할 구청이 연내 집행 의지를 굳히면서 징수 시계는 강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설마 실제로 물리겠느냐’던 관망세는 순식간에 공포로 뒤바뀌었다. 당장 지난 8월쯤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옛 반포 3주구)에서는 재초환 부담금을 누가 떠안느냐에 따라 동일 주택형(전용면적 84㎡) 매매 가격이 45억 원부터 최고 63억 원까지 벌어지는 기형적인 ‘이중가격’이 형성됐다. 가구당 부담금이 최대 7억 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 속에,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매수 심리가 얼어붙어 급매물조차 소화되지 못하고 거래가 뚝 끊겼다.

 

파장은 서초구 한곳에 그치지 않는다. 서초구의 선제 부과를 시작으로 서울 46개 단지를 비롯해 전국 60여 개 정비사업장이 줄줄이 사정권에 들어선다.

 

이미 치솟은 공사비 탓에 수억 원대 추가 분담금을 떠안은 전국 재건축 조합들은 즉각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으로 맞서겠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성수·한남·노량진 등 수십억 원대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재개발 사업에는 단 1원의 부담금도 부과되지 않는 반면, 공공기여를 똑같이 이행하는 재건축에만 미실현 이익 세금을 매기는 형평성 왜곡이 뇌관으로 지목된다.

 

초과이익 산정 기준의 신뢰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익 계산 시 공제하는 ‘정상 주택가격 상승률’에 과거 통계 조작 논란이 불거졌던 한국부동산원 지수를 적용하면서 부과액이 과다 계상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구 수성구 범어우방1차의 경우 재건축 사업 기간 인근 단지 집값은 44% 넘게 올랐으나, 구 전체 통계는 9%대에 그쳐 현실과 동떨어진 세금을 고스란히 맞닥뜨릴 처지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재초환 부과의 본격화가 도심 주택공급망을 완전히 끊어놓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공사비 폭등에 억대 재초환 부담금까지 얹어지면 사업성이 훼손된 조합들이 사업을 원천 중단할 수밖에 없어서다.

 

공급 위축은 수년 뒤 신축 아파트 품귀와 주택가격 급등이라는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정부 폐지안이 표류하는 틈을 타 지자체가 징수 방아쇠를 당기면서, 재초환은 이제 부동산 시장을 뒤흔드는 현실의 뇌관으로 폭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