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글씨를 새기는 손길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같은 스승에게 서각을 배운 이들이 각자의 동호회에서 작품을 만들고, 함께 전시장을 찾아 안목을 넓히며, 마을 축제에서 이웃과 창작의 즐거움을 나눈다. 천안·아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서각 공동체 ‘시안학연회’의 이야기다.
조명호서각창작공예연구원 산하 시안학연회는 지난 20일 회원 33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3차 문화탐방을 진행했다. 회원들은 ‘예술로 사람을 잇다’를 주제로 열린 제4회 대한민국 예술명인대전을 관람하며 다양한 작품의 표현 방식과 조형세계를 살폈다.
시안학연회는 천안·아산 지역 11곳과 경북 구미 지역 1곳 등 12개 서각 동호회가 연대한 공동체다. 조명호 원장에게 새김예술을 배운 회원들이 창작과 전시, 문화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개별 동호회의 배움을 공동 전시와 탐방으로 연결하고, 그 성과를 지역 주민과 나누는 방식이다.
활동의 바탕에는 전통 서각의 계승과 표현의 확장이 함께 놓여 있다. 조 원장은 2023년 천안시 전통서각 분야 전통명인으로 선정됐다. 전통 서각에 그림각·투각·부조 등 다양한 기법과 채색을 접목하는 작품활동을 이어왔으며, 연구원 운영을 통해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회원들의 작품 역시 글씨를 새기는 작업에서 서각공예와 문자조형, 그림각 등으로 폭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3월 15∼19일에는 제4회 정기전 ‘으쌰으쌰 새김예술전’을 개최했으며 6월 10∼17일에는 천안예술의전당 문화센터에서 전시를 열어 시민들에게 새김예술을 소개했다. 전통 기법을 익힌 생활문화 동호인들이 각자의 감각을 작품으로 풀어내고 관람객과 만나는 자리였다.
전시장을 찾아 다른 작가의 작품을 살피는 문화탐방도 배움의 연장선이다. 지난 7월 25일에는 제2차 문화탐방으로 부채예술대전을 관람했고, 이번에는 예술명인대전을 찾아 창작의 시야를 넓혔다.
가을에는 지역 축제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9월 19일 서북구문화원 민속예술제 ‘흥 타고 흥 풀자’에 참여한 데 이어 이달 17일에는 충남 생활문화 축제에서 서각 작품의 매력을 알렸다. 작업실에서 완성한 작품을 주민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가져가며 전통예술과 일상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23∼25일 일정으로 마련된 배방주민자치센터 문화축제 서각전시회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다음 달 7일에는 천호지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가할 예정이다.
시안학연회는 앞으로도 동호회 간 교류를 통해 회원들의 창작 역량을 높이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전시와 문화 봉사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나무에 새긴 글과 그림이 작품으로 남는 데서 나아가 이웃과 대화하는 매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