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종영한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더 커뮤니티2: 보이지 않는 손’은 ‘문과 서바이벌’로 불린다. 암기나 수리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방송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대신 각 팀에게 주어진 장점을 살려 타 조직을 설득하고, 여론을 형성해야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다.
익숙한 구조는 아니지만 공개 기간 웨이브 주간 시청시간 전 장르 1위를 차지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공개 첫 주부터 6주 연속 신규 유료가입 견인 지표 최상위권을 기록했고,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집계한 펀덱스(FUNdex) TV-OTT 드라마·비드라마 통합 부문 화제성 1위에도 올랐다.
다만 결과에서는 비판이 있었다. 9화까지 출연진 각 팀이 저마다 다른 강점을 활용해 차별성 있는 몰입감을 선사했지만, 최종화에서 화폐를 생산할 수 있는 화이트?골드 두 팀이 이를 무제한 발행하면서 골드 소속의 ‘루나’(방송인 박세승)가 판세를 뒤집고 최종 우승자가 됐다. 이에 협상?연합?전략을 바탕으로 균형에 몰입했던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이 잇따랐다.
권 PD는 “생각과 가장 달랐던 건 막판에 골드팀이 (협상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이고, 이게 결말 논란까지 이어졌다”고 짚었다. “골드팀과 화이트팀이 다른 이들에게 각각 어떻게 분배 몫을 제시하고, 그게 상대방 감정과 이득에 얼마나 영향을 끼쳐 수락까지 이어지는지를 겨루도록 후반부를 설계”했지만 “골드가 완전히 배제되면서 우리가 세팅했던 게임이 아니게 됐다”는 해명이다.
그는 “사실 어떻게 사람의 행동을 모두 예측할 수 있겠나. 사실 첫날 상점을 운영하던 벡터(방송인 정재승)가 음식을 무료로 풀었을 때도 작가들이 ‘저러면 안 된다’하고 당황했다. 우리가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어떻게 말려요. 놔둬 보죠’라고 했다”고 웃었다.
‘더 커뮤니티2’는 공개 이후 “서바이벌의 탈을 쓴 사회실험 프로그램”이라는 평을 받았다. 출연진의 정치 성향, 계급, 젠더 의식이 직?간접적으로 드러나고, 여기에 고전 경제학 용어인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까지 제목에 등장한 탓이다.
이 같은 구성에는 서바이벌의 본질을 순위 경쟁이 아닌 게임판 자체의 재미로 보는 권 PD의 시각이 반영됐다. 그는 “사회실험이라는 용어보단 시뮬레이션 쇼라고 불러볼 수 있겠다”며 “현실의 일부 요소만 가져와 게임 ‘문명’처럼 플레이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질릴 틈도 없네… 추격전?입시 등 소재 다양화
‘더커뮤니티2’ 외에도 방송가에 서바이벌 예능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23일 종영한 디즈니+의 ‘술래 게임’도 술래잡기 규칙에 마피아 게임의 심리전과 추격전을 결합해 주목을 받았다. 두뇌 싸움에 신체 능력까지 요구되면서 운동 유튜버 ‘말왕’이 우승을 차지했다.
채널A의 ‘티처스3: 재수전쟁’은 입시를 예능으로 끌고 왔다. 스타 강사진이 출연 재수생들에게 맞춤형 솔루션과 장학금을 약속했지만, 10분 만에 10문제를 푸는 시험 방식이나 어휘력 테스트 등을 도입해 탈락자를 솎아낸다. 올 초 공개했던 웨이브의 ‘베팅 온 팩트’는 가짜뉴스 속 사실 검증을 베팅과 결합했고, 역시 상반기 방영한 넷플릭스 ‘데스 게임’은 ‘더 커뮤니티2’와 반대로 연합과 정치를 일절 배제하고 프로그램을 꾸렸다.
내달10일엔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데드 어게인’도 공개된다. 기존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던 장동민, 홍진호, 하석진 등을 모아 우승자를 가린다. 일종의 ‘왕중왕전’이다.
흥행이 계속되는 만큼 향후 소재도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권 PD는 정치?경제를 잇는 소재를 묻는 말에 “시즌3 주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언어에 관심이 많다.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선 주인공과 외계인이 만나 언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그 과정이 정말 재밌다”며 “법, 철학, 종교도 좋다. 삼권분립으로 만들어 보라는 분도 계셨다. 소재는 여전히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웃었다.